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반환점을 맞이한 가운데, 당 대표보다 오히려 최고위원 경선에 정치권 이목이 쏠리는 분위기다. 당 대표 경선이 이변 없이 '구대명(90% 득표율로 대표는 이재명)' 구도로 굳어지면서다.
반면 최고위원 경선은 후보들이 엎치락뒤치락 각축전을 벌이며 경쟁하고 있다. 남은 변수는 호남 민심과, '명심(明心)'이다.
전체 33%에 달하는 호남 표심, 민형배 밀어줄까
민주당은 3일 전북, 4일 광주·전남에서 전당대회 합동토론회를 연다. 현재까지 전국 17개 시도 중 10개 지역 전당대회를 마치며 경선 중반에 접어든 상태다. 남은 곳은 호남과 수도권뿐이다.
관전 포인트는 호남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다. 현재까지 투표를 마친 10개 지역 권리당원은 28만7000여명이지만, 호남은 41만명에 달한다. 전국 권리당원 123만1000여명의 33%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대의원도 광주 지역만 670여명으로 추산된다. 즉 호남에서의 투표 결과에 따라 최고위원 당선권이 요동칠 수 있다.
현재까지 누적 득표율 순위는 △정봉주(19.03%) △김민석(17.16%) △김병주(14.31%) △전현희(13.20%) △이언주(12.15%) △한준호(12.06%) △강선우(6.10%) △민형배(5.99%) 순이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최고위원 후보. 윤창원 기자이 가운데 광주 광산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형배 후보가 호남 표심을 등에 업고 당선권으로 치고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 후보 측은 호남 표심의 결집을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 세 차례 전당대회를 통틀어 호남 지역 정치인은 선출직 최고위원에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심장'이라고도 여겨지는 호남 지역구 후보가 그동안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갈증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호남 민심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4월 총선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면 전북, 전남, 광주에서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을 앞질렀다. 이번 최고위원 후보 예비경선에서도 이성윤(전북 전주을) 의원이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탈락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 민심은 연고가 있다고 몰아주지 않는 경향을 보여왔다"라며 "냉정하게 '될 사람'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지역구는 경기 고양을이지만 전주 출신인 한준호 후보에게 호남 민심이 몰릴지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명심' 얻고 추격하는 김민석 vs 전투력 강한 정봉주…대결 '주목'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명심 마케팅'이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다.
현재 수석최고위원 자리를 두고 1위 정봉주 후보와 2위 김민석 후보가 경쟁 중이다. 두 후보의 누적 득표수 차이는 3438표에 불과하다. 당 대표 부재 시 역할을 대행하기도 하는 수석최고위원은 다른 최고위원에 비해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편이다.
앞서 김 후보는 경선 초반 득표율이 지지부진했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당 대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여겨지면서 지지가 급상승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0일 경선 직후 지지자들에게 "김민석 후보가 표가 왜 이렇게 안 나오나. 이상하다"고 발언해 화제가 됐고, 이후 김민석 후보가 '명심'이라는 인식이 지지자 사이에서 형성됐다. 김민석 후보도 지난달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가 '어떻게 저렇게 표가 안 나오냐'고 말한 게 확산하면서 관심과 주목도, 응원 분위기가 생겼다"고 인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 연합뉴스
하지만 정봉주 후보에 대한 지지도 만만치 않다. 총선 과정에서 공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정봉주 후보에 대해서는 일종의 '동정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그동안 원외에서 윤석열 정부에 강도 높게 비판하며 민주당을 '지원 사격'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 지역구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지지자들은 김민석 후보의 안정성과 정봉주 후보의 전투력을 두고 비교할 것"이라며 "김민석 후보와는 이재명 후보가 원내에서 이미 손발을 맞춰봤기 때문에 케미가 맞을 수 있고, 정봉주 후보는 강력한 대정부·대여 공세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용한' 당 대표 경선에 '컨벤션 효과' 미미 우려도
한편 당 안팎에서는 '조용한' 당 대표 경선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 후보 당선 구도가 굳어지면서 당원들의 투표 참여도 저조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김두관 당 대표 후보도 최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내 여러 사람들과 통화해 보면 (투표율 저조를)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라며 "우리 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사라진 게 사실이고 그래서 투표율이 낮은 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국민의힘에 비해 '컨벤션 효과(주요 정치 이벤트 이후 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5~26일 전국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민주당은 36.1%로 국민의힘 38.4%에 비해 낮았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재명 후보도 이를 의식한 듯 투표 독려에 나섰다. 그는 지난달 31일 SNS를 통해 "지난 전당대회 때보다 많은 당원 동지들께서 소중한 시간을 내어 민주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투표하고 계시지만, 여전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당원 동지들이 더 많이 있다"라며 "참여가 곧 권력인 만큼 당의 주인으로서 꼭 투표에 참여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