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드민턴의 간판 안세영. 노컷뉴스 안세영(22·삼성생명)은 배드민턴 여자 단식의 세계 랭킹 1위 선수다. 그런데 안세영의 올림픽 경기를 시청한 팬들은 떨리는 마음이 컸을 것이다. 8강에 이어 4강에서도 먼저 첫 세트를 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세영은 세계 랭킹 1위답게 2세트부터 반격을 펼쳐 내리 역전승을 거뒀다. 안세영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 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4강전에서 그레고리아 마리스타 툰중(인도네시아)에 2-1 역전승 했다.
안세영은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을 상대했던 8강에서도 첫 세트를 내준 후 2,3세트를 잡고 승리한 바 있다.
안세영은 왜 첫 세트에서 고전할까. 그는 "긴장을 너무 많이 하니까 몸이 잘 안 움직이더라. 긴장을 안 하는 게 쉽지 않다"며 웃었다. 천하의 안세영도 떨리게 하는 게 올림픽 무대다.
안세영은 2세트부터 경기력이 확연히 달라졌다. 김학균 감독은 안세영에게 "지금 움직이질 못하고 있으니까 자세부터 갖춰라"고 조언했고 안세영은 더 많이 뛰기 시작했다.
안세영은 "2세트부터는 움직이면서 하니까, 마음을 다잡고 하니까 되더라. 오늘은 바람이 어제와 반대로 불어서 큰일났다 싶었는데 체력이 확실히 좋아져서 그런지 크게 걱정은 안했다"고 말했다.
흐름을 뒤집은 안세영은 3세트 중반까지 크게 앞서다가 막판 추격을 허용했다. 16-13까지 쫓겼다. 잠시 흔들렸지만 당황하지만 않았다. 경험이 안세영을 강해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안세영은 "늘 있었던 일이라 항상 대비하고 있다. 잡히는 건 정말 많이 당해봤다. 많이 속생해서 그런 분노와 상황들을 많이 익혀봤다. 다시 느끼지 않고 싶어서 이를 악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역전승이 많은 이유를 묻자 "그런 경험들을 많이 하다 보니까 조금 편해지는 게 있다. 나는 할 수 있고, 계속 1점씩 따다 보면 언젠가는 따라잡을 것이고, 이런 생각들을 계속 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안세영은 따뜻했다. 경기 후 먼저 툰중에게 다가가 포웅하며 인사를 건넸다. "인도네시아 선수로서 혼자 남아서 부담이 많았을 것이다. 주니어 때부터 본 언니라 정이 많이 들었다. 인도네시아에 가면 밥도 사주고 친하게 지낸다. 지는 마음을 아니까 제 마음도 아팠다"고 말했다.
이제 안세영이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루기까지는 1승만이 남았다. 안세영이 우승하면 1996년 애틀랜타 대회의 방수현 이후 한국 여자 단식의 첫 금메달이 나온다.
안세영은 "그런 생각을 하면 정말 하고 싶고 욕심도 난다. 그렇지만 아직 안 끝났기 때문에 그런 마음과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내일에만 올인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