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라드(가운데)의 금메달을 축하해 주는 바일스(왼쪽)와 차일스. NBC 캡처'살아있는 체조 전설' 미국의 시몬 바일스가 경쟁자의 금메달을 누구보다 축하해줬다.
바일스는 5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베르시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기계체조 여자 평균대와 마루운동 결선에 출전했다. 바일스에게 이날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두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면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가 되기 때문이었다. 앞서 수영에서 레옹 마르샹이 4관왕을 차지했는데, 이미 금메달 3개를 딴 바일스가 2개를 추가하면 최다관왕 타이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바일스는 먼저 열린 평균대에서 뒤로 두 바퀴를 도는 기술 후에 발을 헛디뎌 바닥에 떨어졌다. 바일스는 결국 13.100점을 받고 5위에 머물렀다.
이어 열린 마루운동 결선. 바일스는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지만 벌점을 0.60점 받으면서 14.133점으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1위는 '바일스의 라이벌' 레베카 안드라드(브라질)가 14.166점을 획득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바일스는 이번 대회를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로 마쳤다. 바일스의 올림픽 통산 금메달은 7개, 통산 메달은 11개가 됐다.
아쉽게 대회 최고 선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바일스는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경쟁자인 안드라드를 위해 시상대 위에서 깜짝 세리머니를 펼친 것이다.
안드라드 입장에서는 금메달만큼이나 값진 선물이었다. 안드라드가 관중의 박수를 받으며 시상대에 서는 순간, 바일스와 동메달을 딴 조던 차일스(미국·13.766점)가 함께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 뒤 양손을 안드라드 쪽으로 쭉 뻗었다.
금메달리스트를 향한 '특급 예우'였다. 안드라드 역시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하늘 위로 쭉 들어 올렸다. 바일스와 차일스 덕분에 우승자 안드라드는 더욱 돋보일 수 있었다.
시상대에서 셀카를 찍는 선수들. 연합뉴스경기 후 바일스는 안드라드를 향해 "그녀는 여왕"이라며 다시 한번 존중하는 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흑인 선수가 모두 시상대에 올랐다는 게 엄청나게 즐거웠다"며 "차일스가 먼저 '우리가 고개를 숙이는 게 어떨까?'라고 말해서 '물론이지'라고 대답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역대 올림픽 체조 남녀 종목을 통틀어 흑인 선수 3명이 모두 메달을 가져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안드라드는 "그들이 너무 귀여웠다"며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저에게 이런 행동을 보여줬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 우리는 항상 서로 응원하는 사이"라고 기쁨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