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추석을 앞두고 내수를 살리기 위해 대통령실 등 여권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명절 밥상 물가에 민심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물가 안정 및 소비 활성화 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종합적인 '추석 민생안정대책'은 다음 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에 이례적으로 "아쉽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대통령실은 한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내수 진작' 측면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쌀‧한우가격, 고위당정 테이블에…내수 진작 위한 범정부 대책도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추석 물가 안정과 내수 활성화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여권에 따르면 이날 공식 안건은 △쌀값 및 한우가격 안정 대책 △추석 민생안정 대책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이다.
쌀, 한우는 최근 가격 하락으로 소비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표적인 농축산물이다. 지난 6월 한우 도매가격은 ㎏당 1만6715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5% 떨어졌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보다 한 가마당 4만원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우 수급 조절 방안, 쌀 재고 소진 방안과 함께 소비 촉진책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을 앞두고 주요 성수품 중에 사과·배는 작황이 양호하지만 배추‧무 등은 길어진 폭염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성수품 공급관리 방안 등 장바구니 부담 경감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아우르는 '추석 민생안정대책'과 소비 진작 대책은 다음 주 발표될 예정이다.
대통령실, 한은 금리 동결에 이례적 "아쉽다"…독립성 침해 논란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대통령실이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아쉽다"는 입장을 낸 것도, 내수에 대한 고민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준금리 결정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 권한으로,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22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후 "금리 결정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의 금리 동결은 13차례 연속으로, 한은 설립 이래 횟수·기간 모두 역대 최장 기록이다. 대통령실에선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가계와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이 늘어 내수 부진을 더 가속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소비 활성화 대책 등을 준비하는 와중에 금리 동결로 대책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수 부진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우리나라 성장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도 대통령실은 주시하고 있다.
지난 22일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4%로, 지난 5월 전망보다 0.1%p(포인트) 낮췄다. 한은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증대됐다"며 "내수는 회복 흐름을 재개했지만 회복세가 더딘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내수 부진을 이유로 연간 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6%에서 2.5%로 0.1%P 하향 조정했다.
아울러 윤석열 취임 직후부터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내수 활성화의 주요 요인이고, 물가는 민심과도 직결되는 사안이기에 대통령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27%로 직전 조사보다 1%p 내려갔으며 부정 평가는 63%로 직전 조사와 동일했다. 부정 평가 이유는 1위로는 '경제·민생·물가'(15%)가 꼽혔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 응답률은 11.7%.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의 입장이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오히려 독립성이 있으니까 금리 동결이 아쉽다고 표현한 것"이라며 "뒤늦게 결정이 난 뒤에 아쉽다고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금통위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건 전제 조건"이라며 "다만 추석을 앞두고 어려움이 있어서 이제는 내수를 진작하는 방안을 마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