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획득 후 국기에 경례하는 박진호. 사진 공동취재단공기소총 간판 박진호(47·강릉시청) 세계 챔피언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랭킹 1위에 오른 그는 올해 창원 장애인사격월드컵대회 5관왕으로 정상을 굳게 지켰다.
월드컵에서는 주종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세계기록(250.5점)까지 세웠다. 여기에 2021년 도쿄 패럴림픽에서까지 메달(은 1·동1)을 목에 걸었다.
다만 패럴림픽 금메달이 없는 게 못내 아쉬운 점이었다. 특히 도쿄 대회 당시 복사 종목에서는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0.1점 차에 아쉬움을 곱씹었다.
그러나 파리에서 그는 진짜 '세계 챔피언'이 됐다. 박진호는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49.4점을 쏴 예르킨 가바소프(카자흐스탄·247.7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날 선수 소개에서 장내 아나운서는 그를 '월드 챔피언'이라고 소개했는데, 마침내 사격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룬 셈이다. 경기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그는 "늘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안에 비어 있던 어딘가까지 꽉 찬 느낌이다.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결선에서는 뒷심이 돋보였다. 21번째 발에서 10.6점을 쏘고 선두에 오른 박진호는 이후 남은 세 발 동안 리드를 지켰다. 시간(50초)을 충분히 쓰면서 제 페이스를 찾은 듯했다.
그는 "시계가 눈에 보이는 것은 좋아하는데, 이 곳에서는 고개를 돌려야 볼 수 있더라"며 "시간이 지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쏘고 나서 보니 10초 정도 남더라. 그래서 충분히 더 호흡하고 내 페이스를 찾았다"고 돌아봤다.
이에 금메달을 든 그는 "무겁다"며 웃은 뒤 "사격이 첫날부터 (결과가) 잘 풀려서 더 마음 편하게 쏠 수 있었고, 나 또한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집중하는 박진호. 사진 공동취재단마지막 퍼즐을 끼운 순간 자신을 도운 많은 사람이 머릿속에 스쳤다. 박진호는 함께 사격을 하고 있는 아내 양연주와 가족을 떠올렸다.
그는 "아내와 가족은 집에서 실시간으로 경기를 보고 있다. 엄청 울고 있을 것"이라며 "부모님은 연초 명절에 뵙고 아직 못 뵀다. '네 컨디션 잘 조절하다'고 하셨는데, 죄송하고 감사하다. 얼른 돌아가 가족부터 찾아 뵙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 아버지께 '그동안 찾아 뵙지 못해 죄송하고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울고 있을 텐데, (양)연주야, 오빠 금메달 따서 간다. 사랑해"라고 전했다.
그리고 박진호는 자신을 물심양면 도운 강주영 강릉시청 감독과 김홍규 강릉시장을 잊지 않았다. 그는 "제일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강 감독님"이라며 "강릉에서 여기까지 오셨다. 내가 (마시는) 물을 가리는 것을 아셔서 이 곳에서 생수까지 공수해주셨다.
이어 "강릉시장님께 요청해서 강릉시청 선수들은 비즈니스를 타고 왔다. (대회에 이동할 때) 중증장애인 선수들의 장시간 비행 피로를 덜기 위해 비지니스를 탈 수 있도록 시장님께서 특별히 배려해 주셨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