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제공 소설가 정유정의 '완전한 행복'에 이은 욕망 3부작 두 번째 이야기 '영원한 천국'이 출간됐다。
악의 3부작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에서 인간의 '악'과 대면하고 그것과 처절한 사투를 벌였던 저자는 이제 인간의 '욕망'과 정면 승부한다.
소설의 한 축에는 유빙으로 둘러싸인 세계가 있다. 찾으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도망치려는 자와 기다리는 자가 모여 그야말로 '복마전'을 이룬다. 촘촘하게 구현된 인물들 각자의 욕망이 겨울바람처럼 매섭다.
또 다른 한 축에는 욕망을 먹고 사는 기술자, '해상'이 있다. 타인의 욕망을 구현해내는 스토리텔러이자 프로그래밍 기술자인 해상은 자신에게 들어온 하나의 기이한 의뢰를 따라 '경주'를 만난다. 그들이 만나는 곳은 '롤라'. 롤라의 세계는 빛나는 가상들이 만나 현실을 이루는, 가히 벤야민적 아케이드이다.
인간의 욕망이 교합하고 충돌할 때, 우리에게 남는 최후의 욕망을 끄집어 낸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524쪽
창비 제공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문진영의 경장편소설 '미래의 자리'는 친구 '미래'의 죽음이라는 상흔을 공유한 세 인물의 일상을 담담하고도 애틋한 시선으로 따라가며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미래가 예고 없이 세상을 떠난 이후, 더는 소설을 쓸 수 없게 된 소설가 지망생 지해와 고통 없는 사랑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자람,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아픈지 모를 만큼 무감각해진 나래는 하루하루 외줄 위를 걷는 것처럼 위태롭기 짝이 없는 일상을 보낸다.
소설은 지해, 자람, 나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미래의 일기를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각각의 오늘을 한데 겹쳐 보인다.
저자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십대 후반의 인물들을 화자의 자리에 세워둠으로써 개인의 아픔뿐 아니라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시대적 아픔까지도 짚어 보인다. 특히 미래의 목소리를 빌려 살아남은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대목은 무감각해져 있던 우리의 마음에 고요한 파문을 일으킨다.
문진영 지음 | 창비 | 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