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 전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과정에서 은행권의 대출 금리인상과 갑작스런 대출절벽 상황 등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개를 숙였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18개 국내은행장들과 만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급증하는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좀 더 세밀하게 메시지를 내지 못했다"며 "국민과 은행 창구에서 직접 업무하는 분들께 여러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원장은 강한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가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금리를 올리자 '손쉬운 방법'만 쓴다며 비판했다. 이에 은행들이 1주택자부터 대출 문을 닫는 등 총량을 걸어잠그자 실수요자의 대출까지 기계적으로 막아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투기수요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으라는 취지였지만 은행권이 냉온탕을 오가는 이 원장의 발언에 정책을 급선회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혼란이 커진 상황이다.
이 원장은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당국의 기조엔 변함이 없고 은행의 영업계획이나 포트폴리오 운영과 관련해 자율적인 여신심사 등을 통해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에도 금감원 뿐 아니라 정부부처 내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향후 가계대출 관리에서 정부는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하고 구체적 방안에선 은행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모인 은행장들도 각 은행의 포트폴리오 관리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운영하되 일부 그레이존 등 판단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도 당국이 아닌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다만 이 원장은 "급격한 가격 상승 기대감에 편승해 특정 자산에 쏠림이 있는 형태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것은 은행 입장에서 보더라도 적절한 위험관리가 아니"라며 "고객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큰 원리금 상환 부담을 끼는 것은 큰 리스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권에) 특정 시점에 일률적으로 대출절벽이라는 오해를 받는 형태로 운영하기보다는 체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월단위 등 스케줄을 갖고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부탁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브리핑 말미에도 "대출 정책 운영 때문에 국민과 소비자, 은행에서 업무 담당하시는 분들을 불편하게 해 송구하다"며 거듭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