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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의 애매한 해명, 판결문 열람 계획도 無…눈물 호소에도 의문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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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준호의 애매한 해명, 판결문 열람 계획도 無…눈물 호소에도 의문만 가득

    눈물 흘리는 손준호. 연합뉴스눈물 흘리는 손준호. 연합뉴스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승부 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은 손준호(32·수원FC)는 눈물을 흘리며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나 해명을 내놓지 못해 의문만 커지고 있다.

    손준호는 중국 산둥 타이산 소속이던 지난해 5월 상하이 홍차오 공항에서 귀국하려다 연행됐다. 이후 형사 구류(임시 구속)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다.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단체에 속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위해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를 말한다.

    이에 손준호는 승부 조작에 가담했거나 산둥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손준호 측은 이에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형사 구류 기간이 만료된 뒤에도 구속된 상태로 라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 약 10개월 동안 조사 끝에 석방돼 지난 3월 귀국한 손준호는 수원FC에 입단하며 K리그로 복귀했다.

    그렇게 손준호는 별 탈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듯했으나, 다시 위기를 맞았다. 지난 10일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에게 승부 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다.

    중국축구협회는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전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손준호는 11일 수원종합운동장 내 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백을 호소했다. 그는 산둥 타이산 동료였던 진징다오에게 20만 위안(약 37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승부조작 등 불법적인 돈거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금액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해 의문을 남겼다.

    기자회견하는 손준호. 연합뉴스기자회견하는 손준호. 연합뉴스
    손준호는 조사를 받던 당시 중국 공안이 가족을 언급하며 혐의를 인정하라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이라도 인정하면 이르면 7~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회유했다"며 "겁도 났고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무엇인지도 모르는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에 따르면 공안은 당초 손준호에게 '60만~65만 위안(약 1억3000만 원) 규모의 뇌물 수수 혐의'를 씌웠다. 뇌물 수수 혐의는 금품 수수에 대한 대가성 입증 여부가 관건인데, 손준호는 "중국 공안은 내가 지난해 1월 산둥-상하이 전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손준호는 강압 수사를 못 이겨 거짓으로 자백했으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60만~65만 위안 뇌물 수수 혐의'를 벗었다. 이후 재판에서 '20만 위안 금품 수수 혐의'를 인정했지만 승부 조작 혐의에는 동의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의 영구 제명 징계를 발표한 만큼 중국 법원의 유죄 판결문에 그의 승부 조작 혐의가 언급됐는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로선 손준호의 혐의와 관련된 유일한 공식 문서이자, 그의 억울함을 풀어줄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손준호 측은 12일 판결문을 당장 열람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결백을 증명할 유일한 자료인 판결문이 필요하지 않다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입장을 내놨다.

    "판결문을 가져올 루트가 없다"는 게 이유다. 판결문은 손준호가 직접 중국에 가면 열람이 가능하다. 하지만 손준호 측은 "손준호가 언제 또 갑자기 공안에 잡혀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트라우마가 크다"며 중국에 갈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지 변호사와는 수임 계약 끝난 상황이고, 지난 6월 수원FC 입단 직전 판결문 건으로 현지 변호사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기에 최근엔 연락을 시도해 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위원회의 검토 과정에서 중국축구협회가 스스로 판결문을 공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초 재판 당사자가 판결문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이에 손준호 측은 "한국 귀국 자체가 중요한 상황이었다"며 "판결문을 통해 손준호에게 적용된 자세한 혐의 사실을 확인해 볼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설명했다.

    고개 숙인 손준호. 연합뉴스고개 숙인 손준호. 연합뉴스
    중국축구협회는 11일 대한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손준호를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한다는 사실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해외 협회 징계가 있다고 국내에 바로 적용되진 않는다"며 "FIFA에서 추가로 검토하고 결정하는 걸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FIFA가 징계위원회를 통해 중국축구협회의 징계 내용을 검토한 뒤 각 회원국에 손준호의 징계 내용을 공유하면 손준호는 어느 국가에서도 축구 선수로 뛸 수 없다.

    손준호는 당장 선수 생활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자신의 결백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꺼내지 못했다. 눈물의 호소가 아닌 더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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