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세계로 열린 청정한 섬, 글로벌 휴양도시 제주'를 주제로 열린 스물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진료권역' 재설정을 통해 제주도 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대해, 지체하지 말고 관련 절차를 즉각 밟을 것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동기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은 15일 오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29차 민생토론회('세계로 열린 청정한 섬, 글로벌 휴양도시 제주') 직후 진행된 사후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토론회 참석을 위해)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면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제주 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시행부터 하고 절차를 밟는 게 어떠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상급종합병원 지정 이전에) 물적으로 장비 등의 지원은 지금부터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부연했다.
우 위원장은 "(대통령이) 토론 중에 상급종합병원 (관련) 모두말씀을 하셨고 세션 중간에도 복지부 장관에게 (당부)말씀을 했다"며 "조 장관도 그에 따라, 원래 실무자들이 마련한 답안을 (그대로) 읽지 않고 적극적으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이 토론회가) 끝나고 나서도 복지부 장관을 또 찾으면서 '어떻게 (실행)할 거냐'고 했는데 장관이 제주대병원으로 먼저 떠나서 제가 대신 지시를 받았다"며 "(대통령이) 지체하지 말고 빨리 시행하도록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우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마다 각 부처가 내놓은 정책안 관련 '검토한다'는 말을 제일 저어한다고 언급하며, "그 단어를 아예 쓰지 말라는 말씀까지 했다"고도 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의료와 교육이 뒷받침되는 살기 좋은 제주'를 만들기 위해 제주도 안에 중증·응급 최종치료가 가능한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제5기(2024~2026) 상급종합병원으로 전국 47곳의 의료기관을 지정한
복지부는 차기(2027~2029) 상급종합병원 심사·결정 시 전국 진료권역을 재설정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진료권역은 △서울 △경기 서북부권 △경기 남부권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동부권 △경남 서부권 등 총 11개로 분류된다. 진료권역으로 설정되려면 관내 인구 100만 명 이상을 기본조건으로, 자체충족률(해당권역 거주환자의 관내 의료기관 이용비율) 40% 이상, 환자 이동거리 120분 이내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도내 인구가 70만 명 정도인 제주도는 인구 등의 요건을 채우지 못해 그간 서울 진료권역에 묶여 있었다. 같은 진료권역에 서울시가 아닌 광명시·과천시·구리시·남양주시 등 경기도 일부 지역이 포함됐음을 감안하더라도, 이들 지자체보다 지리적으로 훨씬 떨어져 있는 '섬'인 제주도가 서울권으로 분류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민의 '원정 진료'가 일상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제주에서 진료차 타 지역을 방문한 환자는 지난 2022년 기준 14만 1천여 명으로 관련 진료비만 2393억여 원에 달한다.
15일 '세계로 열린 청정한 섬, 글로벌 휴양도시 제주'를 주제로 열린 스물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정부는 이러한 '의료 불균형' 문제를 신속히 시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한 제주도민은 도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도민들의 '염원사업'이라 표현하며, "고난도 진료가 필요한 중증·응급진료는 사실 골든타임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제주도는 섬이란 지리적 여건, 기상 악화 등으로 (적시 치료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또 "도민들은
오래 전부터 부모가 아프거나 내가 아프면 경제적 부담, 의료적 부담을 늘 안고 살아왔다"며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도들은 개별 독립권역으로 다 분리돼 상급종합병원이 있다. 제주도도 반드시 서울 권역에서 분리되어 (상급병원이) 지정될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다"고 호소했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제주도는 1995년 3차병원 진료권역 설정 때부터 서울권으로 편입돼 서울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이는 적절하지 않다"며 "개선하겠다. 제주도의 특성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섬이란 지역적 특성, 또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거주주민 수로만 의료수요를 측정했을 때는 과소추계될 수 있단 점을 적극 반영해 진료권역도 재설정하고 상급종합병원 지정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조 장관을 향해 "상급종합병원 지정 관련 제주도에 수도권 기준을 적용하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안 된다.
무조건 지정을 하나 해야 한다"며 "상급종합병원(요건)에 필요한 의료시설이나 장비 등의 확충은 국가에서 재정으로 해줍시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 임기 내에 이 같은 절차를 빠르게 완료해 달라는 주문도 덧붙였다.윤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발언에서도 "(제주도 내) 상급종합병원과 거점 진료센터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충분히 재정 지원을 하겠다"며 "중증·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족이나 환자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아주 촘촘하게,
제주도만의 특별한 의료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놓고 "적극적이라기보다 파격적"이라며 "비수도권에서도 수도권 '빅5'와 같은 수준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그래서 (의대 증원을 추진하며) 지방대에 82%의 정원을 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후브리핑에 배석한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상급종합병원 지정제도 개선 연구가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라며 "그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진료권역 (재설정) 문제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