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관 아리셀 대표. 연합뉴스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참사 첫 재판에서 아리셀 측이 "법리적 판단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21일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부와 검찰, 피고인 측이 사건 기록을 살피고 향후 일정 등을 논의하는 절차로, 피고인은 출석할 의무가 없어 이날 피고인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박순관 대표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지를 묻는 재판부에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유무죄를 따지기 위한) 법리적 평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변호인들이 수사기록을 열람하지 못한 탓에 향후 재판 일정과 진행 방향을 논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변호인들은 "검찰의 열람 사정 등으로 오는 30일에나 자료를 복사할 수 있다고 한다"며 "복사를 하는 데도 일주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 사건 수사기록은 약 3만 5천장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판부는 "구속기한이 6개월인데 피고인들이 복사를 하는 데 1개월가량 걸리는 건 상식적이지 않은 것 같다며 "재판 외적인 문제로 재판이 지연되는 것은 문제이며, 검찰 측에서 물적·인적 시설을 확보해 해소해야 될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양측의 일정을 고려해 다음 재판을 오는 11월 25일로 정했다.
박 대표 등은 사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점검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해 지난 6월 24일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 사고를 유발, 23명을 숨지게 하고 9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전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전지 발열검사를 생략하고, 다수의 전지들을 소분하지 않고 적재해 연쇄 폭발을 야기하는 등 전지 보관 관리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이밖에도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에 있던 벽을 임의로 철거하거나, 비용 절감을 위해 숙련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으로 파견 받아 공정에 투입한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