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시타 치고 환호하는 KIA 소크라테스. 연합뉴스72.5%의 우승 확률은 호랑이 군단의 몫이었다.
2박 3일 만에 2024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이 끝났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최초로 진행된 서스펜디드(일시 중단) 경기를 KIA 타이거즈가 가져갔다.
KIA는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1차전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5 대 1로 승리했다. 7판 4승제로 진행되는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승리한 팀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경우는 총 40번 중 29회나 된다. 확률로는 72.5%에 달한다.
이틀 만에 재개된 경기였다. 이 경기는 지난 21일 삼성이 1 대 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 2루 상황 삼성 김영웅의 타석에서 비 탓에 중단됐다.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심판진은 가을야구 사상 최초 '서스펜디드' 게임을 선언했다.
한국시리즈 전체 판도를 판가름할 수 있는 상황에서 멈춰 선 경기. 앞서고 있는 삼성 박진만 감독과 쫓아가는 KIA 이범호 감독 모두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삼성은 김영웅을 타석에 올릴지부터 김영웅이 타석에 선다면 어떤 작전을 내릴지 선택해야 했다. KIA는 어떤 투수로 위기 상황을 시작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6회초 마운드에 오른 KIA 전상현. 연합뉴스삼성 타석에는 그대로 김영웅이 올랐다. KIA 이범호 감독의 선택은 우완 전상현이었다.
살 떨리는 승부의 시작. 김영웅은 번트를 댔고 공은 포수 앞으로 떨어졌다. 3루로 뛰던 르윈 디아즈가 아웃됐고 진루 없이 아웃카운트만 하나 추가됐다. 1사 1, 2루 상황이 됐다. 전상현은 기세를 올렸다. 후속 박병호를 공 4개로 삼진 처리했다.
결국 전상현은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윤정빈에게는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다음 타자인 이재현이 친 타구를 직접 잡아 1루로 던지고 아웃카운트 3개를 완성했다. 말 그대로 대형 위기에서 전상현이 KIA를 구해냈다.
기회를 날린 삼성 마운드에는 좌완 이승현이 올랐다. 절호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서 분위기가 넘어가는 듯했지만 이승현은 침착했다. 소크라테스 부리토, 김도영을 연속 삼진 처리했다. 최형우를 상대로 몸에 맞는 볼을 던졌지만 후속 나성범도 삼진으로 잡아냈다.
7회초에도 KIA 마운드는 전상현이 지켰다. 전상현은 선두타자 류지혁을 수비 실책으로 내보낸 뒤 김지찬의 희생 번트가 나오며 1사 2루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김헌곤을 삼진 처리하고 2아웃을 만든 후 마운드를 떠났다. 전상현의 뒤는 좌완 곽도규가 이었다. 곽도규는 까다로운 타자인 삼성 디아즈를 3구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정리했다.
폭투로 역전 허용한 삼성 임창민. 연합뉴스삼성도 7회말을 투수 교체 없이 시작했다. 하지만 이승현이 선두타자 김선빈에 볼넷을 내주자 박진만 감독은 바로 변화를 줬다. 이승현을 대신해 김태훈이 등판했다.
KIA 타선이 김태훈을 괴롭혔다. 최원준이 김태훈의 2구째 직구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 무사 1, 2루 기회를 차렸다. 후속 김태군은 희생 번트로 1사 2, 3루 상황을 만들었다. 위기에 몰린 삼성은 투수를 또 바꿨다. 김태훈을 내리고 임창민을 올렸다. 서건창을 희생플라이 아웃시킨 임창민은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폭투 2개로 경기 양상이 돌변했다. 임창민이 박찬호와 소크라테스를 상대하며 연속 폭투를 던졌다. 3루에 있던 김선빈, 최원준이 모두 홈으로 들어와 스코어를 뒤집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KIA 쪽으로 넘어갔다. 소크라테스는 우전 1타점 적시타를 뽑고 임창민을 끌어내렸다. 이어 김도영은 바뀐 투수 김윤수에 적시타까지 뽑았다. 점수는 4 대 1로 벌어졌다.
왼쪽부터 KIA 소크라테스, 김도영. 연합뉴스8회초에도 등판한 KIA 곽도규는 전혀 방심하지 않았다. 삼성 중심 타선에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강민호를 우익수 플라이로, 김영웅을 삼진으로 잡았고 2사 후 박병호도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 처리했다.
기세가 오른 KIA 타선의 맹타는 끝까지 이어졌다. 이전 타석에서 작전 수행을 잘 해낸 김태군이 이번에는 삼성 불펜 우완 이승현에 적시 2루타를 치고 사실상 경기를 끝냈다.
5 대 1로 앞선 KIA는 9회초 '올해 세이브왕' 정해영을 올렸다. 윤정빈, 이재현, 류지혁을 공 10개로 범타 처리하고 승리를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