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동원은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찍으면서 물 만난 고기처럼 즐겁게 촬영했다며 웃었다. 김상만 감독뿐 아니라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아 촬영 내내 즐거웠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제공배우 강동원의 검술 액션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의 대역도 소화하기 어려워할 정도로 소위 '폼'이 난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함께 촬영한 배우 김신록도 "한국 영화 산업의 보배"라며 감탄한 이유다.
늘 그렇듯 명연기 뒤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다. 강동원은 검술 액션 실력 향상의 비결로 과거 출연한 영화 '형사'와 '군도' 촬영 경험을 꼽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예전에 형사 촬영을 했을 때 아침밥 먹고 오전 9시 또는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훈련을 했었다"며 "기간만 해도 주 6회 8개월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군도를 촬영했을 때도 5개월 동안 매일 하루에 목검을 1천 번씩 휘두르고 훈련했다"며 웃었다.
강동원은 검술 액션을 위해 전완근이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작품 준비에 앞서 기본 훈련을 하기로 결심했으나, 평소 골프를 즐긴 덕분인지 별도의 훈련 없이도 준비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액션스쿨 가서 목검을 휘둘렀는데 (자세가) 딱 서더라"며 "골프채를 휘둘렀더니 (다행히) 전완근이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작품에서 나온 천영(강동원)과 종려(박정민)의 검술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천영의 검술이 주로 수직으로 움직였다면 양날 검을 쓰는 종려는 주로 찌르기나 회전 기술을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겐신(정성일)이 쓰는 중조류라는 칼은 짧아 (화면에)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천영의 칼과 종려의 검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며 "자세히 보면 종려의 검은 이렇게도 벨 수 있다"고 말했다.
"설마 왕이 그럴 줄은…칼 입으로 들어보니 들리더라"
영화 '전,란'은 1592년 임진왜란 발발 전후 상황을 다룬 영화다. 왜군의 기습으로 선조(차승원)가 백성을 두고 도망치는 가운데, 백성들이 스스로 목숨을 걸고 왜군과 싸운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다. 조선 최고 무신 가문의 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은 신분을 뛰어넘은 우정을 나누지만, 결국 적으로 만나기에 이른다. 넷플릭스 제공강동원은 천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범동(김신록)은 시스템을 깨부수려는 인물이지만, 천영은 시스템 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하는 인물"이라고 비교했다.
이 때문에 김자령(진선규) 장군의 죽음을 본 천영의 분노가 누구보다 이해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마 왕이 그럴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나"라며 "한을 담아 대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장면이 바로 천영이 "내가! 이대로는 못 살겠소"라고 외치는 모습이다. 그는 칼을 내려친 뒤 대사를 하겠다고 김상만 감독에게 직접 제안했다고 한다.
강동원은 또 천영을 표현하면서 "내지르는 연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1차원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며 "감정을 팍팍 뱉고 던지자고 생각했다. 계속 지르고 많이 질렀다"고 말했다.
그는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천영이 왜군 머리를 들고 겐신에게 다가오는 장면을 꼽았다.
"제 얼굴 같지 않아서 되게 좋았어요. 저런 표정을 지을지 몰랐어요. 살기 어린 느낌이라 피비린내를 막 풍기면서 오는 거 같았거든요."이어 천영이 입으로 칼을 드는 장면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강동원은 "마우스피스를 끼고 칼을 덥석 물었다. 끝에만 살짝 물었다고 생각했는데 화면에선 끝까지 들어간 느낌이라 더 좋았다"며 "원래는 칼에 실을 달아 준비했는데, 칼을 들어보니 들려서 그냥 했다"고 웃었다.
"정민에게 배신감…난 친구라 생각했다" 웃음
강동원은 천영의 머리를 완전히 풀어 헤치자고 김상만 감독에게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넷플릭스 제공그는 치열했던 해무 액션 장면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강동원은 "초반 대본에는 해무가 없었다"며 "사실 바닷가에서 액션을 찍는다는 게 힘든 일인데, 다행히 해무를 깔고 한다고 해서 다행이라 여겼다"고 떠올렸다.
이어 "하지만 안개로 채워놓으니 진짜 안 보이더라"며 "1바퀴 돌고 나면 어디가 어딘지 몰랐다. 촬영할 때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당시 성일이 형이 정민이에게 진짜 갑옷이니까 때리라고 했는데 진짜 세게 때리더라"며 "저는 엎드려 있었는데 성일이 형이 '헉' 하더라. 두 동강 나는 줄 알았다. 정민이가 힘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심 박정민에게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박정민이 앞서 인터뷰에서 종려의 심리를 두고 천영에게 마음을 준 게 아니라 호의를 베푸는 거라고 설명해서다.
강동원은 "진짜 배신감이 들더라"며 "나는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고귀한 신분이라 역시 생각하는 게 달랐다"고 웃었다.
이어 "사실 종려와 천영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있었다"며 "종려가 결혼하고 있는 걸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 모습 등 이런 장면을 덜어냈다"고 덧붙였다.
또 "작품 속에서 둘이 너무 친한 형제처럼 사랑하는 사이"라며 "종려와 천영의 우정이 되게 좋았다"고 말했다.
박정민과의 호흡에 대해선 "늘 눈을 촉촉하게 하더라. 그래서 저도 덩달아 그렇게 했다"고 떠올렸다.
강동원은 이번 작품에서 선조 역을 맡은 차승원을 현장에서 딱 한 번 마주쳤다고 한다.
그는 "너무나 천한 신분이라 알현조차 할 수 없었다"며 "선배님의 연기를 현장 모니터로만 봤는데 너무 좋더라. 진짜 광기 같은 게 나오는 왕 같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예전엔 수염 붙이면 어울리지 않았는데…멜로 하고파"
강동원은 액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며 "50대까지는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60대는 저도 상상이 안 된다"며 "그때 액션 연기를 한다고 하면 제가 빨리 움직이지 못할 거 같다"고 웃었다. AA그룹 제공강동원은 세월의 흐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예전엔 주름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수염을 붙이면 어울리지 않았다"며 "이번 작품에 수염을 붙이니 의외로 어울리더라. 놀랐다"고 웃었다.
이어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며 "하루 종일 액션을 찍어도 다음날 힘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힘들더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 때문에 본인이 액션 작품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는 "이러다 나이 들면 더 못 찍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칼 쓰는 액션을 기획했는데 내년이나, 내후년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멜로 작품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멜로를 다시 하고 싶긴 하다"며 "멜로를 안 하고 싶어서 안 한 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짜 멜로 장르 시나리오가 언제 들어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멜로 시나리오는 잘 안 들어온다"고 털어놨다.
다만, 공포 장르에 대해선 손사래를 쳤다. 머리에 이산화탄소가 차는 게 느껴진다며 직접 호흡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연기하다 과호흡 단계에 들어가 어지럽더라"고 말했다.
강동원은 끝으로 내년에 코미디 장르 작품으로 돌아올 것을 암시했다.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를 제일 좋아해요. 최근 진지하고 심각한 배역을 많이 했으니 내년엔 아마도 코미디 장르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한편 지난달 11일 공개된 영화 '전,란은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를 차지하며 눈길을 끌었다. 한국, 카타르, 대만 등 7개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총 74개 국가에서도 톱10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