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현우, 김경민, 이창근.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축구 국가대표팀 주전급 골키퍼 김승규(알 샤밥)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 홍명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K리그1 3명의 수문장이 경쟁을 펼친다.
홍명보 감독은 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5, 6차전 중동 2연전에 나설 소집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현재 대표팀은 B조 1위(3승 1무 승점 10)에 올라있다. 오는 14일 쿠웨이트 원정, 19일 요르단에서 펼쳐지는 팔레스타인전은 한국의 11회 연속 월드컵 진출 여부에 큰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모든 포지션 중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자리는 골키퍼다. 총 3명이 소집되는 수문장 자리에 2명이나 새로운 얼굴이 발탁됐다. 홍 감독은 이번 5, 6차전에 조현우(울산 HD), 김경민(광주 FC), 이창근(대전하나시티즌)에 대표팀 골키퍼 장갑을 맡겼다.
그동안 대표팀 뒷문은 주로 조현우와 김승규가 지켰다. 두 수문장은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주전 골키퍼 자리를 나눠 가졌다. 올해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는 김승규가 주전 골키퍼 자리를 차지하는 듯했으나 대회 도중 십자인대 부상을 당해 중도 하차했다. 그 자리는 조현우가 든든하게 메웠다.
부상으로 대표팀 명단에 들지 못한 김승규. 연합뉴스김승규는 재활 끝에 지난 8월 부상에서 복귀했다. 홍명보 감독도 10월 A매치 명단에 김승규를 포함했다. 11월에도 김승규는 당연하게 대표팀에 소집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똑같은 부위에 부상을 입는 악재가 덮쳤다.
김승규는 지난달 2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알 오로바전에 선발 출전했다. 전반 종료 직전 김승규는 라인 밖으로 나가는 공을 지키기 위해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벌였는데, 이때 김승규의 오른쪽 무릎에 무리가 갔고 고통을 호소하며 일어서지 못했다.
알 샤밥 구단은 지난 3일 SNS를 통해 "김승규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쓰러졌다. 쾌유를 빈다"고 알렸다. 현지에서는 시즌 아웃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부상 회복까지는 6~8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 감독에게도 김승규를 대체할 선수를 물색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선택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조현우, 김경민, 이창근이 받았다.
광주 김경민.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우선 1991년생인 광주 수문장 김경민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선방 능력은 물론, 세밀한 발밑이 눈에 띄는 골키퍼다. 김경민은 올 시즌 34경기 44실점을 기록했다. 리그 베스트 11에는 2차례 선정됐다.
리그 내에서 가장 패스 능력이 좋은 골키퍼 중 한 명이다. 광주는 이정효 감독의 지도하에 후방 빌드업을 중시하고 이를 토대로 공격 작업을 시작하는 팀이다. 그 시작점 역할을 김경민이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경민부터 출발하는 패스를 시작으로 수비라인과 미드필더를 거쳐 공격진으로 공이 연결된다.
1993년생인 대전 골키퍼 이창근은 꾸준하게 대표팀 백업 골키퍼로 선발된 경험이 있다. 이창근은 올해 33경기에 출장해 40실점을 기록했다. 리그 베스트 11에는 4번 뽑혔다.
이창근은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리그 정상급 골키퍼 반열에 올랐다. 막기 힘들어 보이는 슈팅도 끝까지 따라는 집중력도 돋보인다. 여기에 준수한 빌드업 능력과 빠른 판단력도 장점으로 꼽히는 선수다.
대전 이창근.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다만 주전 골키퍼 자리는 조현우의 몫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조현우는 올해 K리그1 36경기에 모두 출전해 37실점을 작성했다. 리그 베스트 11에는 10차례나 선정됐다. 울산이 올 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데도 조현우의 몫이 컸다. 울산은 2024시즌 20승 8무 8패를 기록 리그 1위를 확정 지었다.
골키퍼로 사상 2번째 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까지 거론될 정도. K리그에서 골키퍼가 MVP를 수상한 건 2008년 수원 삼성 소속이던 이운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이운재는 26경기 24실점의 성적을 남겨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홍 감독 역시 김경민과 이창근이 후보 골키퍼 자리를 두고 경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감독은 "김승규가 얼마 전 부상을 당해 경기에 나올 수 없다"며 "2번 골키퍼가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경민과 이창근이 K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2번 골키퍼 위치를 두고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조현우.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