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KIA 이범호 감독. 연합뉴스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데는 '신임 사령탑' 이범호 감독의 역할이 컸다.
KIA는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시즌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5로 역전승을 거뒀다. 7판 4승제로 진행되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4승(1패)을 먼저 거둬 올해 최고 프로야구 팀 자리에 올랐다. KIA 구단 통산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경기 후 이범호 감독은 "팀을 맡은 후 굉장히 힘든 시기도 있었고 좋은 시기 있었다"며 "마지막에 좋은 상황에서 마무리해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승을 했지만 다시 시작이다. 다시 잘 준비해서 내년에도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이 감독은 코치로 참가한 스프링캠프 당시 갑작스럽게 감독 자리에 올랐다. 김종국 전임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해임됐기 때문이다. 어수선했던 상황, 프로야구 최초로 1980년대 사령탑이 선임 됐다.
2019년 현역에서 은퇴한 지 5년 만이다. 이 감독은 은퇴한 해에 일본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았고, 이듬해에는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연수 코치로 활동했다. 이 감독은 2021년에는 KIA로 돌아와 2군 총괄 코치를 맡았다. 2022년과 2023년에는 1군 타격 코치에 역임하며 후배 양성에 힘썼다.
부임 후 이 감독은 선수들과 첫 미팅에서 자율성을 가장 강조했다.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대로 야구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감독의 지도 철학은 시즌 내내 이어져 왔다.
이 감독은 "저는 처음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선수들에게 '반드시 하고 싶은 대로 야구를 해라'라고 했다. 시즌 내내 이 말은 지켰다"고 돌이켰다. 이어 "감독 때문에 눈치 보고 야구를 못 하는 모습은 없어져야 한다"며 "자신의 기량을 못 펼치고 야구를 그만두는 선수가 많다. 그걸 펼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KIA는 그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144경기에서 87승 55패 2무로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했다. 승률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6할을 넘겼다.
게다가 부임 첫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취임 첫 해 통합 우승을 이룬 감독 중 역대 두 번째 최연소 감독이다. 이 감독은 "충분히 2년 안에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팀 선수들 능력이 어느 팀보다 좋았다.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고, 고참도 능력이 출중한 선수들 많다"고 평가했다. 이어 "더 발전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감독은 "김도영이 빠른 시간에 성장했다"며 "김도영이 나오지 않았으면 선수단 뎁스가 쉽게 변화될 수 없다. 내야 자리 하나 잡아주면서 고참 선수들과 시너지를 발휘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김도영이 좋은 선수로 거듭난 게 올 시즌 감사한 일이었다"고 했다.
또 "젊은 선수들 모두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팀이 달라진다고 판단했는데, 투수 윤영철, 김도현, 정해영이 잘해줬다. 전부 아직 성장 중"이라며 "팀이 앞으로도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베테랑 김선빈도 이 감독에 대한 존경의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김선빈은 "호주에 있을 때 당시 코치였던 이 코치님이 갑자기 감독으로 선임됐다"며 "대충 느낌이 있었다. 감독님은 코치 때부터 워낙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잘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편안하게 야구를 하게 해주셨다"고 치켜세웠다.
기뻐하는 이범호 감독. 연합뉴스KIA의 '왕조'를 위해서는 선수들이 자만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우리가 우승한 걸 내년에도 또 느끼고 싶다는 간절함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다시 도전해서 다시 우승하는 게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우승 팀 타이틀은 올해로 끝이다. 선수들이 거만해지지 않고 다시 도전해서 차근차근 올라가야 한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