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개입 의혹에 휘말린 김건희 여사를 두둔하는 과정에서 나온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발언의 파문이 국립국어원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내 국민 참여 공간 '온라인가나다'에는 8일 '국정과 농단의 정의가 무엇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누리꾼은 "어제(8일) 대통령의 담화를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렇게 말하더군요"라며 전날 윤 대통령 발언을 소개했다.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도 좀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한테 욕 안 얻어먹고 원만하게 잘 하길 바라는 그런 일들을 국정농단이라고 한다면 그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위 발언은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김건의 여사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해당 누리꾼은 "국립국어원에서 정의한 두 단어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국정: 나라의 정치' '농단: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이라며 "즉 제가 이해하는 '국정농단'은 나라의 정사를 특정 인물이 좌지우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본래 공화정의 정치는 주권자 국민이 자신의 주권을 위임한 선출된 공직자가 행해야 합니다"라며 "따라서 선출되지 않은 자, 영부인은 나라의 정사에 영향을 행사할 권리 자체가 없다고 생각되는데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하지만 대통령의 말씀은 저의 생각이 틀렸다고 해서 궁금증이 생깁니다"라며 "'국정농단'의 정확한 정의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김건희 여사 행위 '국정농단'이라 칭할 수 있는지 공식입장을…"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에는 앞서 전날에도 '김건희 여사의 행위를 국정농단이라고 칭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국립국어원의 공식 입장을 요청드립니다'라는 제목을 단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또 다른 누리꾼 역시 위에서 언급한 윤 대통령 기자회견 발언,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른 '국정'과 '농단'의 정의를 들면서 "국정농단이라는 합성어를 사전적 정의대로 해석하자면 '나라의 정치를 함에 있어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을 이르는 말'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는 권리를 독점해 나라의 정치를 좌지우지한다는 뜻입니다"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상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합니다. 또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군을 통수'합니다"라면서 "하지만 대통령의 부인은 헌법상 어떠한 직위도 가지지 않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선거'와 '국정'에 개입하려 했다면, 이 같은 행위를 '국정농단'이라고 칭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국립국어원의 공식 입장을 요청드립니다"라고 강조했다.
9일 오후 4시 30분 현재 위 두 글에 대한 국립국어원 측 답변은 달리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