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 창원=류영주 기자명태균씨가 구속되기 직전, '윤핵관' 윤한홍 의원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명씨를 야단치는 녹취를 공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명씨는 이 같은 내용을 검찰 조사에서도 진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의원의 접촉 시점은 지난 3일로 이는 윤 대통령의 육성이 공개된 이튿날에 해당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명씨에 대한 윤 의원의 회유 의혹에 대해 "공천개입의 핵심 증거인 윤 대통령 육성 녹취를 오염시키기 위한 뒷거래"라며 강력 비판했다.
한편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명씨의 육성 녹취에 따르면 명씨는 윤 의원이 자신의 협조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수사 등 거래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명씨는 윤 대통령 부부의 추가 육성을 공개하지 않았고, 결국 구속됐다.
20일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는 여권 핵심 관계자 A씨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중진이자 윤핵관 중 한 명인 윤한홍 의원 측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명씨에게 '내 마누라랑 장모와 통화하지 말라'며 야단치는 녹취를 공개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윤 의원 측은 해당 녹취 공개에 필요한 '조건'을 얘기해보라고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명씨는 지난 3일 A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볼 때 윤한홍이 지금 뭘 하고 있는데, '조건을 얘기해봐라' 그런 얘길 했었다"며 "대통령이 나한테 야단치는 걸 어떻게 좀 터뜨려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인신 구속시키지 마라', '먹고 사는 거 해결하라'고 했다"며 "윤한홍이 한다고 하면서 장난치면 내가 (윤 대통령) 음성을 탁 터뜨려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야단치는' 녹취와 관련해 명씨는 "대통령이 나한테 한 번 전화 와서 '우리 장모(최은순씨)와 집사람(김건희 여사)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해서 내가 '장모님 번호를 모른다'고 답했는데 다음날 본인이 사과한다고 전화왔다"며 "(윤 대통령이) 미안하다고 한 시간 동안 '정권 교체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어제 어떤 상황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명씨에게 최소 두 차례 전화했는데, 한 번은 명씨에게 화를 내며 결별을 선언했고 또 한 번은 다음날 다시 전화해 사과하면서 한 시간가량 넋두리를 늘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윤 의원은 명씨에게 첫 번째 통화 녹음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했고, 명씨는 자신이 제시한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시 두 번째 통화 녹음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당시 검찰 조사에서도 윤핵관 측으로부터 이러한 거래가 들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2022년 3월 초 명씨와 지인의 대화 녹취에서도 윤 대통령과의 두 차례 통화 내용이 언급된다. 당시 명씨는 지인에게 "(윤 대통령이) '명 박사, 우리 마누라하고 장모한테 전화하지 마', (내가) '장모님 전화번호 모르는데예' (그랬더니) 그다음 날 미안하다 또 전화왔다"고 얘기한 바 있다.
다만 명씨는 윤 의원과 거래가 성사됐는지 여부에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명씨는 A씨와의 통화에서 "내가 (폭로하고) 그러면 나는 다른 놈(하고 똑같아지는 것) 밖에 안 되는데, 거래가 되겠나"라고 말했다. 또 "나는 음성을 터뜨리거나 뭘 터뜨린 것이 없지 않나"라며 "여사가 (나를) 칭찬하는 것과 여사가 엘리자베스 (장례식과) 관계없다는 것, (여사를) 보호하기 위해서 (김 여사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을 공개)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명씨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명씨는 15일 구속됐다. 윤핵관과의 거래 시도가 사실이라면 명씨는 구속 상태에서 윤 대통령 육성 녹취 폭로를 벼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는 거래 자체가 사실이 아니거나 불발됐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명씨의 구속 기간 만료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명씨 측은 이번 주 중 구속적부심을 청구한다는 방침인데, 석방이 안 될 경우 명씨가 보석금을 대가로 다시 여권과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도 나온다. 신용불량자인 명씨는 보석금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