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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 의료농단에 강력투쟁"…내년도 의대 모집중지 촉구

보건/의료

    "'선무당' 의료농단에 강력투쟁"…내년도 의대 모집중지 촉구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 22일 비대위 1차 회의 관련 브리핑
    "수험생 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들이 교육 제대로 하는 것"
    "의대증원 강행 시 10년 이상 후유증…'시간 끌기'로는 해결 안 돼"
    여야의정 협의체 '불참' 의사 재확인…참여단체들 향해 "무거운 짐 벗고 나오라"

    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전날 열린 첫 회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박형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전날 열린 첫 회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맞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를 다시 꾸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를 향해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지를 거듭 촉구했다. 지난 14일 이미 내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가운데 의료계 유일 법정단체를 자처하는 의협이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의·정 대화가 난항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의협 비대위는 윤석열 정부를 가리켜 '선무당', '눈먼 무사' 등의 표현을 동원하며 "이들이 벌이는 의료농단에 강력히 저항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사태 출구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는 강경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22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날 개최된 1차 비대위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의료농단에 맞서 싸워 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며 "이들의 요구사항은 의학교육과 수련환경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 당사자로 꼽히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2천 명 증원'을 발표한 이후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주장을 한 번도 접은 적이 없다.
     
    비대위는 "전공의·의대생은 물론 의대 교수·개원의·봉직의 등 의료계 전 직역을 하나로 모아 싸울 것"이라며 "2025년도 의대 모집을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 이것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올해 정원 기준인 3천여 명(3058명)을 가르치던 체계에서 갑자기 최대 7500명의 의대생을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비대위는 "정부가 이를 무시하면 의대 교육환경은 파탄으로 갈 것이며 그 후유증은 10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태 초기부터 제기된 해부학 실습 등 기초의학 실습에 더해 병원 임상실습 등은 '파탄'으로 이어질 거라고도 봤다. 비대위는 "그때 (의대 증원의 책임자인) 윤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박민수 (복지)차관은 자리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원 여파의 책임을 지지 않는 정책 책임자들과 달리 "의대생들과 의대 교수들은 혼란과 고통 속에 10년 이상 후유증을 앓게 될 것"이라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비대위는 이를 두고 "의료계가 끝까지 정부의 무모한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라며 "합의할 수도 없고 합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으며 저들에게 면죄부만 주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수능 시험이 끝나고 곧 수시 합격자까지 배출되는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증원 중지'가 가능하냐는 반론에 대해 박 위원장은 "1990년대에 교육부가 '정상적으로 교육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세종대 입학 모집 정지를 시킨 적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또 "수험생들의 혼란도 고려해야 하는 건 맞지만, 대학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미 입학해 있는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이러한 문제들이 정부가 의도하듯 '시간 끌기'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여당과 의료계 일부 단체만이 참여한 채 '반쪽짜리'로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와 관련해선 "(비대위) 안건으로 상정되려면 위원들이 동의해야 하는데 한 분도 그런 의견을 말씀하신 분이 없어 논의 자체가 안 됐다"고 박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정부가 그동안 저지른 것을 그냥 받아들여라'라는 형태의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비대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중 가장 먼저 대화의사를 밝히고 협의체에 참여 중인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를 두고는 "실제로 회의가 돌아가는 걸 보니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 같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박 위원장은 "의료계 직역이 하나로 모인 비대위가 일을 하니까, 무거운 짐을 벗고 거기서 나오시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 비대위 첫 회의 결과 브리핑. 연합뉴스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 비대위 첫 회의 결과 브리핑. 연합뉴스
    의·정 대화를 위해서는 무너진 신뢰 회복을 위한 정부의 증원 관련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을 재차 내세웠다.
     
    박 위원장은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화를 통해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실 듯하나, 지금 이 사태는 서로 간 협의를 통해 개선할 부분이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 정부가 '개혁'임을 주장하는 의대 증원 등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질 높은 의료체계를 되레 파괴하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박 위원장은 "윤 정부는 사회 각 분야의 문제점을 깊게 이해하고 정교하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눈먼 무사'처럼 마구 칼을 휘둘러 왔다"며 "대통령 주변에는 잘못된 조언을 하는 '선무당' 경제학자도 많다. 이들은 다른 나라와 완전히 다른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중층적 규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수준 보수를 받으며 주당 88시간 일하는 것 △미국 대비 '16분의 1' 수준의 건강보험 수가를 받으며 간이식 수술을 하는 것을 놓고 '지대추구'라 하는 것이 합당한지 반문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여당 등을 겨냥해 "의협 비대위는 의료 농단의 역사에 이들을 기록하고 끝까지 이들의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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