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 3일 밤부터 새벽까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뜨거웠다. 오후 10시 23분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각종 SNS을 통해 관련 정보가 쏟아졌다. 정치인은 물론 일반 시민들은 급박하게 상황이 돌아가는 국회의사당을 찾아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했다.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약 6시간 동안 대대적으로 SNS를 통한 정보 공유와 소통이 이뤄지면서 선동과 거짓 정보 역시 무분별하게 확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전례 없는 비상계엄 앞에서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에 집중하며, 선동과 거짓을 가려내는 '정화력' 역시 돋보였다는 평가를 남겼다.
국내 포털 네이버·다음 트래픽 급증…일시 오류도 발생
구글 트렌드 'Martial Law(계엄령)' 키워드 관심도 변화. 구글 트렌드 제공시민들은 빠르게 온라인에 모여들었다. 카카오톡에서 사람들이 '계엄'과 관련해 지인들과 관련 뉴스 기사 링크와 정보를 공유하고, 오픈채팅 기능을 통해 '계엄'을 제목으로 한 채팅방을 개설해 익명의 이용자들끼리 정보 공유가 이뤄졌다. 네이버와 다음 뉴스에는 뉴스 페이지를 별도로 신설돼 관련 속보가 전달됐다,
이날 오후 11시쯤부터 네이버 카페 접속과 댓글 기능에 일부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급증한 트래픽으로 인한 일시적 오류'로 잠정적으로 원인을 진단하고 긴급 점검에 돌입했다. 국내 포털뿐 아니라 구글에도 많은 사용자가 '계엄'을 검색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물론 외국인들 역시 'Martial law(계엄령)'을 검색해 전 세계를 기준으로도 트래픽이 폭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4일 새벽 1시부터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캡처본. 유튜브 캡처정치인들 역시 때 아닌 비상상황에 SNS를 적극 이용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남기고, 유튜브를 켠 채로 국회로 향했다. "계엄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개인적인 의견을 남긴 정치인부터 "국회 출입통제로 당사로 왔다. 국회 본청에는 10여 명의 여당 의원이 있다"며 상황을 공유하는 정치인들도 있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4일 새벽 1시부터 개인 채널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국회 원내에서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되는 순간, 실시간 채팅창에는 "됐다"는 시청자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거짓 정보' 여전했지만…선동자엔 '응징', 거짓 정보는 '정정'
엑스(X·옛 트위터) 캡처'엑스'에서도 국회를 찾은 시민들의 실시간 중계가 이어지는 한편 거짓 정보를 무분별하게 유포하거나 계엄에 동조하는 게시글로 선동하는 '악성 이용자'에 대한 '단죄'도 잇따랐다. 일부 이용자들은 "계엄 지지자는 모두 언팔(구독 취소)하겠다", "계엄 덕분에 필터링할 대상이 나와서 열심히 차단하고 있다"는 등 거짓 정보와 선동에 적극 대응했다.
SNS를 통해 이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조작된 사진이나 거짓 정보도 양산됐다. 뉴스 보도 영상에 '오후 11시 이후 통행 시 불시검문 및 체포'라는 자막이 합성된 사진이 확산됐다. 카카오톡에서 계엄을 언급하면 이용이 제한된다는 정보가 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이어 "해당 사진은 합성이다", "가짜뉴스니 믿지 말자"며 거짓 정보를 정정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전문가들도 이번 사태에서 SNS의 순기능에 주목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에서 SNS 상에서 허위 혹은 악의적인 정보가 확산된다는 사실을 이용자들 역시 똑똑히 인식하고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폐쇄·통제되지 않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확한 정보를 재확산하면서 SNS의 순기능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SNS를 통해 시민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정치권도 반응하면서 단시간에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장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도 "원래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포고령이 나오고, 언론사는 물론 SNS와 인터넷을 차단해야 했다"면서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SNS를 통해) 시민들이 모이고, 국회가 소집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