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2.3 내란사태'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0일 자정 직전 구속됐다.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진 지 4일 만이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되면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사실상 내란의 '수괴'로 결론을 내린 윤석열 대통령에게 관심이 쏠린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구속'…법원 "증거인멸 염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자정 직전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라며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특히 남 부장판사는 검찰청법을 들며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범죄혐의 소명정도, 범죄의 중대성,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하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충동시키는 등 12.3 내란사태 전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을 내란죄와 관련해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로 규정했다. 형법 87조는 내란죄를 역할에 따라 △우두머리(수괴) △내란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 △부화수행(附和隨行)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로 구분 짓고 있다.
특수본이 김 전 장관을 중요 임무 종사자로 판단했다는 것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내란의 수괴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특수본은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김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이 내란을 모의했다는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현, 내란중요임무 종사자…檢, 사실상 尹 수괴 판단
또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직접 제게 전화했다"며 "(윤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의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판단한 특수본 입장에 힘을 싣는 발언이다.
내란 수괴 혐의가 인정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종사자도 가담 정도에 따라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금고에 처할 수 있으며, 내란에 동조하거나 단순히 폭동에 관여한 자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특수본 수사에 윤 대통령도 수사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최근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나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변호했던 최지우 변호사 등에 사건 수임 의사를 타진했으며, 몇몇 법무법인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암파'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첫 현역' 피의자 조사
내란사태에 동원된 군 관계자를 향한 수사도 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특수본은 지난 9일 방첩사령부와 여인형 전 사령관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전날에는 여 전 사령관을 피의자로 불러 강도 높게 조사했다. 현역 군인 중 피의자로 소환된 첫 사례다.
여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과 같은 충암고 출신으로, 군 안에서 '충암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김 전 장관과 내란을 모의하고, 비상계엄 당시 포고령 작성에 관여했으며,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에 대한 체포를 시도하려 한 의혹 등에 연루돼 있다.
다만, 여 전 사령부는 내란을 모의하거나 포고령 작성에 관여한 적이 없고, 계엄 당시에도 문제의식을 느껴 병력을 서둘러 보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특수본은 또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여 전 사령관 외 곽 전 특수전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도 내란에 가담했다는 취지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 수사선상…직접 수사 가능
특수본은 경찰 최고 책임자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력을 투입했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 영장 청구서에 조지호 경찰청장의 내란 혐의를 포함하고, 김봉식 서울경찰청장도 수사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편 검찰과 경찰은 내란사태 수사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경찰은 내란죄는 경찰의 소관 사항이고 이번 사태를 수사할 수 있는 곳은 경찰뿐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규정지었다.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직권남용죄와 관련이 있는 만큼 내란죄도 당연히 수사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검찰은 경찰 수뇌부가 내란사태에 연루된 만큼, 검찰이 이번 사건의 직접 수사 권한을 갖는 것은 명백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청법은 부패,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경찰 공무원이 범한 범죄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법원이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검찰청법 조항을 근거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한 만큼 특수본의 수사 주도권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