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에서 훈련 중인 박지원. EASL 제공"찬스에서 잘 쏘는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상무 입대 전 박지원(KT)은 슛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2020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입단한 유망주였지만, 슛 약점으로 출전 시간이 조금씩 줄었다. 상대는 새깅 디펜스를 펼쳤고, 찬스가 나도 머뭇거리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역 후 박지원은 달라졌다. 5경기에 출전해 3점슛 24개를 던졌다. 성공률은 20.8%로 아쉽지만, 더는 찬스에서 주춤하지 않는다. 에이스 허훈의 부상 이슈도 있지만, 덕분에 출전시간도 평균 30분 가까이로 늘었다.
박지원은 11일 마카오 스튜디오 시티 이벤트 센터에서 훈련을 마친 뒤 "2라운드부터 뛰었는데 형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내가 힘들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인드를 잡는다. 안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힘들다"면서 "훈이 형이 많이 쉬지 못할 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됐다. 못하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오히려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더 주도적으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작 5경기를 치렀지만, 평균 10점 4어시스트 3리바운드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상무에서 뛴 컵대회 때 아쉬움을 씻어내고 있다. 당시 KT 송영진 감독은 "내가 알던 박지원이 아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었다.
박지원은 "감독님 인터뷰는 못 봤다. 상무에서는 겹치는 포지션 선수들이 많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포지션, KT에서 원하는 포지션이 아니었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랜지션에서 KT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지원은 "리바운드를 잘하는 선수가 1~2명 있는데 3~4명이 된다고 안 좋은 것은 아니지 않나.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도움을 주는 것이 맞다"면서 "속공을 좋아하고, 내 손에서의 패스가 다른 선수들보다 좋은 패스가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리바운드부터 시작된다. 속공도 내가 리바운드를 잡았을 때 나가는 속도가 다르다. 내가 잡아야 빨리 나간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뻔한 이야기지만, 상무에서 슛 연습을 더 많이 했다. 전현우(한국가스공사), 신동혁(상무)에게 조언도 구했다. 예전 경기도 다시 돌려보면서 마음을 잡았다.
박지원은 "약점을 없애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동혁이나 현우 형에게 많이 물어봤고, 많이 배우려고 했다. 진짜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경기를 많이 돌려봤다. 조금 아쉬웠다. 비슷한 느낌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같은 느낌을 준다면 농구를 안 할 생각도 했다. 기록적인 것보다 슛 없는 이미지를 떠나 찬스에서 잘 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지금도 누구나 2~3개를 놓치면 빠지니까 머뭇거릴 수는있다. 그런데 안 쏘는 것은 더 아니다. 빠지더라도 내 손에서 빠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전역 후 박지원은 등번호 9번을 달았다. 기존 등번호는 5번이었다. 대학 때까지 달았던 등번호이기도 하고, 새로 마음을 잡겠다는 의미도 있었다.
박지원은 "초등학교 코치님이 '농구 잘하는 사람은 9번'이라고 해서 9번을 좋아했다. 대학 때까지도 9번이었다. 입단 때 9번이 김영환 코치님이다. 당시 나이가 가장 많은 주장이어서 9번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남는 5번을 했다"면서 "전역 후 (최)진광이 형이 5번을 달고 있었고, 새로운 마음으로 하고 싶어서 9번을 선택했다. 기분 좋게 9번을 달았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