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안에 대한 장고를 이어가고 있다. 한 대표의 입장 정리가 늦어지는 것은 12일 펼쳐지는 원내대표 경선에 자칫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주 '표결 불참' 당론 이후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한 가운데 친한계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상당수는 탄핵 가결로 기울고 있다.
하지만 영남권에 기반을 둔 의원들의 경우 이른바 '배신자론'이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이같은 입장을 드러내기 어렵다. 때문에 한 대표가 탄핵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경우, 친한계가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김태호 의원에게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다만 원내대표 경선이 2차 탄핵안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 속에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계파색이 옅은 김 의원이 '찐윤' 권성동 의원을 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어렴풋이 읽힌다.
'찐윤' 원내대표? 與에서도 7부 능선 넘은 탄핵
친한계 의원들은 전날 오후 내내 국회 당대표실에 모여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예상대로 이 자리에서는 윤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해온 중진 의원들이 새 원내대표로 지지하는 권 의원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한다.
원내대표 경선을 전후로 친윤계가 분화하면서 당초 공고해 보였던 권 의원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갔다는 평가도 이미 만연하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윤창원 기자친윤계 내에서도 "베스트 후보가 아니었고 계파를 떠나 권 의원에 대한 거부 반응도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레 고개 들고 있다. 권 의원이 그간 보여준 친윤계 중진 으로서의 짙은 색채 탓이다.
친윤계 일부마저 탄핵안 통과는 불가피하다고 보는 상황에서 "권 의원이 되면 당이 이같은 흐름을 거스르려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배경이다.
여론의 압력이 더욱 높아진 상황에서 권 의원이 새 원내 사령탑을 맡게 된다면 탄핵안 가·부 결과를 떠나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당내에서는 지난 10일 내란 상설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지거나 기권한 의원들이 14일 탄핵안 표결에서도 가결표를 던지지 않겠냐고 보는 분위기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한다면 김 의원에게도 승산이 조금은 더 생길 수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권 의원이 승기를 잡은 것은 여전히 분명하다. 하지만 김 의원이 정견 발표에서 탄핵안에 대한 전향적인 의견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면 결과가 바뀔 여지는 있지 않겠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실화 된 '韓체제 붕괴'?
친윤계가 권 의원을 후보로 지원한 데엔 결국 탄핵안 가결 이후를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대표가 탄핵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더라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그 직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국민의힘이 다시 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면 비대위원장을 정할 때까지 신임 원내대표가 직무를 대리해야 한다. 위원장 선정에도 입김을 발휘하게 된다. 한 대표의 대척점에 서 있는 권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다면 한 대표 체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황진환 기자
한 대표 역시 권 의원이 새 원내대표직에 오른다면 사퇴를 결단할 것이라는 후문이다. '찐윤'과 해묵은 주도권 싸움을 반복해 봤자 '차기 권력'을 준비하는 한 대표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반면 김 의원이 전망을 뒤엎고 '언더독의 반란'에 성공한다면 친한계와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평이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맞지만, 권 의원이 점한 고지를 뺏는다면 당 장악력을 급격하게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