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화가 나서 뉴스를 계속 확인한다. 나라 걱정에 밤잠이 오지 않는다. 실제로 온라인상에 적지 않게 올라오는 글들입니다. 초현실적인 계엄 사태가 있은 후에 정신적인 피로감 내지는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고 해요. 설마 몇 시간 만에, 다 끝났는데 그렇게까지 충격 받았겠어? 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답니다. 심지어 난 괜찮아 하는 분들조차도 정신적으로는 괜찮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지금부터 나는 어떤가? 조용히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는 시간 가져보죠. 트라우마스트레스 학회 이사장 맡고 계세요. 명지병원 정신과 김현수 교수 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교수님.
◆ 김현수> 안녕하세요.
◇ 김현정> 실제로 12월 3일 그 후에 정신과를 찾는 분들이 이런 고통을 호소하시는 게 사실입니까?
◆ 김현수> 그다음 날, 또 그다음 날 정신과 의사들끼리 진료 경험을 서로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진짜 잠 한숨도 자지 못하고 왔다는 분들도 많이 있고 또 청년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의 경우는 자기 자녀도 혹시 이런 사건의 상황에 휘말리지 않을까 봐 아주 불안해하시고 또 진짜 이러다가 나라가 어떻게 되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과 불안, 불면, 이런 것 때문에 호소를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 김현정> 그런 걸 호소하면서 정신과 찾는 분들의 수가 상당히 늘은 게 사실이란 말씀. 그런데 청취자들 중에 어떤 분은 그러시더라고요. 참 이상해요. 그날 내가 국회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TV 화면만 봤을 뿐인데, 그것도 몇 시간 만에 상황이 사실상 종료됐는데 그런데도 가슴이 지금도 벌렁벌렁거리고 울화도 치밀고 그래서 밤잠도 안 와요. 이런 댓글들이 실제로 올라오거든요. 이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 김현수> 그럼요. 사실 저도 그날 밤에 가짜뉴스인가 아닌가 하다가 이게 실제다라고 하면서 정말 깜짝 놀랐는데 어쨌든 군인들이 무장을 하고 여의도와 국회에 출현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전쟁이 일어나나 하는 그런 내전이 생기나 하는 정도로 큰 위협감을 겪어서 아마 사람들은 어떤 위협을 받으면 그것에 대한 과거 경험이 재회상되거나 또는 어떤 상상이 일어나는데 군인들이 무장을 하고 국회에 들어왔다는 것이 우리 국민들에게 정말 큰 충격을 준 것 같아요.
◇ 김현정> 그게 결과적으로는 2~3시간 만에 끝났지만 그게 벌어지던 순간에 이게 빨리 끝날 건지 아닌지 우리가 모르는 상태에서 그 충격을 한 번 받은 거잖아요.
◆ 김현수> 그렇죠.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서 그 장면이 또 반복적으로 여러 경로로 또 우리가 목격을 하게 되다 보니까 그 목격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충격이 어떻게 보면 좀 강화되는 거군요.
◆ 김현수> 맞습니다.
◇ 김현정> 오히려 계속 재생이 되면서. 우리가 언젠가부터 트라우마라는 용어를 굉장히 많이 쓰는데 그럼 지금 이런 증상도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는 건가요?
◆ 김현수> 그렇죠. 심각한 위협을 국민들이 상당히 느꼈고 일상이 파괴될 수 있는 그 과정에서 뉴스에 집착하거나 과거에 우리가 군부 쿠데타가 몇 번 있었던 그때의 경험들을 회상하는 어르신들도 계시고 영화에서 봤던 장면이 실제로 현실에서 일어나느냐라고 얘기하는 젊은이들이 어떤 진짜 큰 위협감을 느껴서 이런 트라우마의 경험들을 미디어를 본 사람, 뉴스를 본 사람들에게는 계속 반복해서 재현되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트라우마라는 게 병명이에요? 이걸 뭐라고 받아들이면 됩니까?
◆ 김현수> 트라우마는 하나의 상태인데요. 이런 트라우마가 누적되고 기간이 일정하게 지났음에도 해소되지 않으면 저희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급성 스트레스 장애 부르는데 그런 병명까지 도달하지 않아도 이 트라우마를 겪음으로 인해서 일상에 어려움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트라우마라는 거는 마치 우리가 나 스트레스 받아 하는 것처럼 나 트라우마 겪었어, 이런 상태에 대한 얘기고 이게 계속 지속이 되고 치유가 안 되고 그래서 막 일상이 마비될 정도가 되면 그때는 PTSD.
◆ 김현수> 그때는 병명을 붙이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 김현정>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 가는 걸로. 우리는 지금 아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는 도달하지 않았어도 트라우마를 겪었다, 겪고 있다,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는 거예요?
◆ 김현수> 그리고 실제로는 외상 후 트라우마 장애를 겪고 있는 분들도 계시고 또 특히 기존에 우울과 불안이 원래 높았던 분들이 이런 경우에 더 취약하게 더 심각한 우울과 불안으로 빠져드는 경우도 많이 있어요.
◇ 김현정> 제가 그 질문을 드리려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사람도 똑같은 스트레스를 줘도 스트레스 더 받는 사람이 있고 좀 덜 받는 사람이 있고 저 같은 경우는 좀 덜 받는 편이라 그래도, 이렇게 시사 프로그램 오래 하고 이런단 말입니다. 그런데 조그마한 스트레스도 굉장히 민감한 분들도 계시는데 이런 트라우마의 경우도 사람마다 반응 정도가.
◆ 김현수>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고요. 또 회복 탄력성이라고 해서 이런 트라우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잘 극복할 수 있는 주변의 환경이 좋고 건강한 상태에 있는 분들이 계신데 반면 이런 뉴스를 들었을 때 아주 취약해질 수 있는 현재 굉장히 상황이 좋지 않고 더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예를 들어서 환율 관련된 어떤 업종에 계시는 분들은 이런 경우에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으셔서 또 제가 상담하는 친구도 여행 가려고 했는데 모든 계획이 다 틀어지는 거 아니냐, 혹시 계엄이 선포돼서 나라를 여행도 금지되고 이러면 그런 일상이 깨질 수 있는 분들은 더 큰 충격을 겪은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면 단순히 생각하면 예전에 5.18 민주화 운동을 경험했던 생존자들 혹은 그 가족들, 이런 분들이 굉장히 타격이 크겠다. 이건 너무 당연한 거고.
◆ 김현수> 그렇죠. 그건 너무나 당연한 거고요.
◇ 김현정> 그런 분들 외에도 지금 금융업에 종사하는데 경제가 어떻게 되는 거야, 이런 분들도 타격 받았고 이렇게 되면 내가 다음 달에 여행 가기로 해놨는데 이거 다 틀어지는 거야?
◆ 김현수> 그렇죠.
◇ 김현정> 이렇게 그때 충격 받았던 분들한테도 올 수 있다.
◆ 김현수> 아주 잠시지만 모든 일상이 중단되거나 일상의 변화를 겪어야 된다. 또는 이 계엄 선포로 인한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를 여행 금지 국가로 분류됐기 때문에 무역업으로 오려고 하셨던 분들이 여행을 취소했다. 이런 일상에 문제가 생기는 분들은 더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충격. 그리고 꼭 그렇게 연결이 안 되더라도 평소에 좀 우울하셨던 분들 있잖아요. 입시로 우울했든 취업 문제로 우울했든 그 우울하셨던 분들한테도 우울감이 더해질 수 있는 거예요?
◆ 김현수> 맞습니다. 나도 힘든데 사회도 이렇게 힘들다라는 게.
◇ 김현정> 우울해, 막 이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가 하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일선 군인들, 이게 대북 작전인 줄 알고 투입이 됐다가 국회 앞에 가보니까 막 시민들이 있더라는 거예요. 저걸 뚫고 들어가라고 하는데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이 일선 병사들한테도 저는 트라우마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 김현수> 맞습니다. 베트남 전쟁 때부터 주목됐던 현상인데요. 이제 베트남 전쟁 때 민간인 학살 명령을 받았을 때 총을 쏘지 못한 군인이 많았다고 해요. 아마 이번에도 작전을 잘못 알고 온 병사들이 주저했다, 이런 보도들이 꽤 있는데 전혀 예상치 않던 또 자기 양심에 위반되는 그런 행위를 명령에 의해서 진행해야 될 때 자기 양심과 도덕의 손상을 받는다. 그래서 이거를 모럴 인저리, 도덕 손상이라고 해서 이분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뿐만이 아니라 거기다가 나는 양심을 어겼다, 이런 것 때문에 아주 괴로워해서 알코올 중독이나 자살에 이르는 병사들이 많았다고 해요. 미국에서는. 그래서 저는 이번에 계엄 작전에 참여했던 병사들에게 본인의 양심을 얼마나 어겼는지, 어떤 죄책감이 있는지 그런 거에 관한 좀 어떤 검진이나 예방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 일선 군인들은 트라우마 플러스 아까 뭐라고 그러죠?
◆ 김현수> 도덕 손상이라고. 도덕적 손상, 도덕 손상이라고.
◇ 김현정> 그런 아예 정신과적인 용어가 있어요?
◆ 김현수> 있습니다.
◇ 김현정> 도덕 손상까지 겪었기 때문에 더 충격이 클 수도 있다.
◆ 김현수> 네.
◇ 김현정> 이분들은 정신과 검진 받아야 한다.
◆ 김현수> 그렇죠. 예방적으로라도 본인이 얼마나 이 사건에 자신의 양심에 어긋난 행위로 인한 죄책감을 갖고 있는지를 검사해 주는 것이 국가가 그래도 좋은 국가라면 해줘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우리 청취자 중에도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 어쩌면 그 일선 병사들 아니었냐, 이런 문자도 지금 오고 있는데. 또 하나는 부모님들의 지금 고민인데 이 상황을 어린 자녀들한테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 줘야 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못 보게 하는 게 나은 건지 이 고민하는 분들도 계세요.
◆ 김현수> 이미 본 아이들에게는 설명을 해주고 안심시키는 것. 국가가 그런 위험에 현재 빠졌었다가 시민들의 힘으로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 이런 안심시키는 게 중요하고요. 보지 못한 아이들에겐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는데.
◇ 김현정> 그래요?
◆ 김현수> 요즘 스마트폰 포함해서 너무 매체가 발달돼 있어서 어떻게든 애들이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에게는 불안이 아니라 안심을 시켜주고 설명을 해서 지금 우리가 그런 극단의 위험으로 몰려 있지 않다라고 하는 것을 잘 설명해 주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때 그렇게 늦은 밤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 중고생 정도 되는 집에서는 학원 가 있는 경우 독서실, 학교에서 자습. 야, 얼른 빨리 와. 이러면서 절대 나가지 마, 내일 학교 가는 거야 마는 거야, 이거를 같이 느꼈거든요. 겪었거든요, 아이들이. 이런 경우에는 이야기하면서 안정될 수 있게 설명해 주는 게 중요하다.
◆ 김현수> 그리고 우리가 과거에 여러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잘 회복해 오고 그랬던 역사를 잘 설명해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지금 저희 지금 문자를 제가 보고 있는데 저희 청취자 중에도 불안감이 잘 해소가 안 된다. 이런 분들이 꽤 많이 계시거든요. 교수님, 이런 분들께 우리 시민들한테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좀 마음의 안정 찾을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치유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어떤 좀 팁을 주신다면요?
◆ 김현수>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우리 자신의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이 사실 우리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일이어서요. 일상을 잘 유지하면서 간간이 꼭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믿을 만한 뉴스를 보시고 사실 과거의 연구에 유튜브를 지나치게 시청하시는 분들이 확실히 불안감도 높은 것 같아요.
◇ 김현정> 유튜브를 지나치게.
◆ 김현수> 시청하시는 분들이 왜냐하면 근거 없는 정보는 좀 과잉된 정보나 자극적인 정보가 많기 때문에.
◇ 김현정> 많아요, 유튜브에는.
◆ 김현수> 그래서 일상을 잘 유지하면서 믿을 만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체크하시면서 본인이 안심할 수 있는 여러 근거들을, 그런 근거들을 잘 확인하는 게 필요한데요. 이번에도 여러 가지 위태로운 상황이 있었지만 여러 시민의 힘으로 이렇게 뭔가 정의롭게 사회가 갈 수 있다, 이런 것을 보면서 희망을 느꼈다는 분들도 좀 계시거든요.
◇ 김현정> 그럼요. 그럼요.
◆ 김현수> 그래서 그런 희망을 잃지 않는 그런 낙관적인 마음의 자세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저희 김현정의 뉴스쇼를 보시면서 정확한 정보를 얻으시되 너무 특히 좀 극단적인 유튜브들이 있거든요. 그런 것들이 너무 많이 노출되는 건 조금 피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고 결국 이번에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바로잡아가는 모습에서 희망을 봐라. 그러면 좀 안정 찾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수>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트라우마가 좀 지나쳐서 굉장히 불안하신 분들은 차라리 정신과에 가서 좀 상담 받으시는 것도 괜찮죠?
◆ 김현수> 그렇죠. 특히 잠을 못 자는 것이 굉장히 큰 건강의 손상입니다.
◇ 김현정> 그래요.
◆ 김현수> 그래서 잠을 못 자시는 분들은 주변에 가까운 곳에서 꼭 도움을 받기를 바라고요. 또 아이들이 이런 것에 관해서 물었을 때 너무 짜증내거나 알 필요 없다, 이렇게 해서 하지 마시고 실제로 이렇게 법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안심시켜 주는 것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 김현정> 너무 중요한 이야기들 오늘 해 주셨습니다. 우리 마음 이야기 같이 해 주신 분 명지병원 정신과 김현수 교수님 고맙습니다.
◆ 김현수> 고맙습니다.
※ 내용 인용 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