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윤창원 기자여야가 26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민생법안 110여 건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민생법안의 일부인 '인공지능기본법'(이하 인공지능법) 통과를 앞두고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출판계의 우려를 나타냈다.
출협은 이날 공개한 관련 법안 처리 의견서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유관 정부 부처와 시민사회단체의 다양한 이견에도 졸속 처리 하려는 조급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인공지능기본법은 인권과 안전이라는 국민 기본권적 측면에서의 우려 이외에 학술과 지식, 지식 생산자와 창작자, 그리고 출판·콘텐츠 및 저작권과의 관계 문제와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공지능법'은 이해당사자로 인공지능사업자와 이용자를 명시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의 기반이 되는 학술과 지식, 지식생산자와 창작자의 권리는 물론, 학술. 지식의 지속적 재생산을 위한 토양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과 방안은 어디에도 담겨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출협은 인공지능법 제31조의 '인공지능의 투명성 확보 의무'는 "인공지능사업자는 생성형 인공지능 또는 이를 이용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그 결과물이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하여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표시"하는 조항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조차도 최근 딥페이크 논란으로 사후적으로 삽입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관련한 창작자의 저작권적 권리 문제 해결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이 다양한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법의 내용과 규제 수위에 따라 저작권법 개정의 내용이 제한되는 것 아니냐는 출판업계의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회 문체위와 문체부가 인공지능과 관련한 저작권법 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출협은 향후 인공지능 관련 법 개정 및 제도 개선과 시장 혁신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대한출판문화협회 인공지능기본법 처리 의견서 전문이다.
▶ 대한출판문화협회 의견서 (전문) |
당사자 간 논의와 조정 없는 인공지능기본법 제정, 문제가 심각하다 -학술과 지식, 저작권과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한 충분한 법적·제도적 고민이 필요하다.
1. 지난 2024.11.26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19건의 법률안을 대신하는 인공지능기본법(위원회 대안)을 의결하고, 이어 2024.12.17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해당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2024.12.26에는 "여야가 국정안정 협의체 출범을 앞두고 계류 중인 민생 법안 110여개를 오는 26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민생법안의 일부로 인공지능기본법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2. 출판계는 인공지능기본법의 제정 과정에서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와 과방위의 조급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의 대안 의결(2024. 11. 21.)로부터 본 회의 부의까지 단 한달의 시간이 소요되었을 뿐이다. 현재의 비상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건대, 이는 의아할 정도로 빠른 추진속도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논의와 협의는 배제되었다. 정신없는 상황을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의 속도와 방법이다.
3. 인공지능기본법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과 정부 부처간에 다양한 이견이 표출되었으며, 현재도 표출되고 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 '금지된 AI' 규정을 추가하고 고영향 AI 사업자의 책임 위반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은 '졸속 처리 규탄' 성명을 내고 마지막 남은 국회 본회의 절차에서라도 수정·보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인공지능업계에서조차 조사권 남용의 우려 등을 표명하고 있다. 법사위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과의 관계 문제 등에 대해 이견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사위에서 AI기본법을 두고 부처 간 논쟁이 치열해지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미진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개정안으로 해결하면 된다"면서 "이 법은 개문발차하는 것이 맞다"며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토록 시급하게 제정되어야 할 법안이 맞는지, 이 법안이 과연 정치권이 초고속 처리의 명분으로 "민생"법안이 맞는지 아무도 답을 하지 않고 있다.
4. 인공지능기본법은 인권과 안전이라는 국민 기본권적 측면에서의 우려이외에 학술과 지식, 지식생산자와 창작자, 그리고 출판. 콘텐츠 및 저작권과의 관계 문제와 관련하여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인공지능기본법은 이해당사자로 인공지능사업자와 이용자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기반이 되는 학술과 지식, 지식생산자와 창작자의 권리는 물론, 학술. 지식의 지속적 재생산을 위한 토양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과 방안은 어디에도 담겨 있지 않다. 학술과 지식, 지식생산자와 창작자, 그리고 출판. 콘텐츠 및 저작권과 관련된 사항은 제31조의 '인공지능의 투명성 확보 의무'에서 "인공지능사업자는 생성형 인공지능 또는 이를 이용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그 결과물이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하여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표시"하는 조항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조차도 실상은 최근 딥페이크 논란에 따라 사후적으로 삽입되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용어 정의에서조차 학술과 지식, 지식생산자와 창작자, 그리고 출판. 콘텐츠 및 저작권과의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은 현재의 인공지능기본법이 인공지능사업자와 그 주무부서인 과기부의 부처이기주의에 얼마나 종속되어 있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기본법 제5조는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규정하면서, "인공지능, 인공지능기술, 인공지능산업 및 인공지능사회(이하 "인공지능등"이라 한다)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인공지능등에 관하여 다른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경우에는 이 법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 관련한 창작자의 저작권적 권리 문제 해결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이 다양한 형태로 추진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인공지능기본법의 내용과 규제 수위에 따라 저작권법 개정의 내용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5. 학술과 지식, 지식생산자와 창작자, 그리고 출판. 콘텐츠 및 저작권은 인공지능의 기반이다. 학술과 지식, 지식생산자와 창작자, 그리고 출판. 콘텐츠 및 저작권없이 인공지능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라도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과를 살펴보면, 인공지능사업자들의 탐욕스런 욕구에 학술과 지식, 지식생산자와 창작자, 그리고 콘텐츠 및 저작권이 희생의 제물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최소한 인공지능기본법이 기본법이라면 이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원칙적 조항으로 당연히 명시되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어디 구석에도 학술과 지식, 지식생산자와 창작자, 그리고 콘텐츠 및 저작권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없다.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생성된 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인공지능이 무엇에 기반하여 생성한 것인지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일 것임에도 그러하다.
6. 특히 유상임 과기부 장관이 23일 "AI 관련 규제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타 부처와 입장을 조율해 AI 산업 생태계에 보탬이 되는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점에 주목한다. 사전에 선행되어야 할 논의를 사후에 진행하겠다는 주무부처 장관의 뻔뻔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유상임 과기부 장관은 AI 기본법 관련해 규제 최소화 원칙을 강조했다. 산업이 더 진흥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고 규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저작권법 역시 산업진흥법이다. 저작권법 제1조는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단순히 진흥과 규제의 대립과 배척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관계의 문제이다. 당연하게도 이에 대한 논의와 조정이 선행되었어야 했다. 유럽연합의 인공지능법안 제정 과정에서도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이사회간의 여러 견해 대립이 있었고, 이를 조정해 낸 동일 법안 사례가 있다. 과기부의 이같은 시각은 현재의 인공지능기본법에 대한 과기부의 속내를 드러낸 것에 불과할 뿐이다. 이에 오는 26일 상정되는 국회 본회의에서 좀 더 진전된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7. 문체위와 문체부는 인공지능과 관련한 저작권법 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 문체부는 2년여에 걸쳐 인공지능워킹그룹을 운영해왔고, 다양한 논의를 진행시킨 바 있다. 논의의 결과를 조속히 발표하고, 본격적인 법 개정작업에 속도를 내어야 할 것이다. 학술과 지식, 지식생산자와 창작자 그리고 출판, 콘텐츠 및 저작권의 당사자들은 이에 적극 참여할 것이다. 더불어 과기부가 인공지능기본법에 기대어 문체위에서의 법 개정 추진에 어깃장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향후 인공지능 관련 법 개정 및 제도 개선과 시장 혁신에 적극 참여할 것임을 밝힌다.
2024.12.24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윤철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