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시즌부터 시즌별 이한비의 모습. KOVO 제공이한비는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의 역사를 함께한 선수다.
원곡고에 재학하던 시절부터 이한비는 뛰어난 배구 실력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2015-2016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라는 높은 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팀을 옮긴 시점은 2020-2021시즌 종료 후였다. 광주를 연고로 한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 창단해 V-리그 여자부 7번째 구단이 됐다. 이한비는 이때 '특별 지명 선수'로 팀에 입단했다.
큰 기대와 달리 현실의 벽은 높았다. 2021-2022시즌부터 V-리그에 합류한 페퍼저축은행은 첫 시즌에 17연패를 포함, 3승 28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다음 시즌도 별반 차이는 없었다. 36경기 중 5승만 거뒀을 뿐이다. 2022-2023시즌도 꼴찌 신세를 면치 못했다.
2023-2024시즌에는 비시즌부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외국인 감독에 지휘봉을 맡기면서 박정아, 야스민 베다르트, 채선아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 영입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냉혹한 현실이 또 마주했다. 시즌 중 23연패를 당했고 ' V-리그 여자부 최다 연패'라는 불명예를 썼다. 최종 성적은 5승 31패, 최하위였다.
KOVO 제공이한비는 이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때로는 코트 위에서, 때로는 벤치에서 팀의 아픔을 공유했다. 이 경험은 페퍼저축은행에게도, 이한비에게도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올 시즌 7승 12패(승점 21)로 리그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시즌 동안 한 시즌 최다 승리는 5승이었다. 하지만 장소연 감독 부임 이후 페퍼저축은행은 시즌의 절반 정도가 지난 시점에만 7승을 쌓았다.
앞으로 모든 승리는 페퍼저축은행의 역사가 된다. 이한비도 팀의 새 역사를 기록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9일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 도드람 2024-2024 V-리그 4라운드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25-19 23-25 17-25 25-22 16-14)로 승리했다. 이날 이한비는 19득점 공격성공률 41.03%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1세트는 거의 외국인 선수급 활약을 펼쳤다. 이한비는 1세트에만 8점을 몰아치며 IBK기업은행을 괴롭혔다.
득점 후 환호하는 이한비. KOVO 제공이날 경기 후 이한비는 "올스타 브레이크 때 부상이 있었는데, 코칭스태프 덕분에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퍼저축은행은 유독 IBK기업은행을 상대로 약했다. 지난 시즌에는 6경기 모두 졌다. 올 시즌도 3라운드까지 3경기를 전부 패했다. 9연패 끝에 승리를 따낸 것.
이한비는 이에 대해서는 "이전 경기를 보고 블로킹 타이밍 등 부족한 부분을 열심히 연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 영상을 돌려보며 상대를 분석했다"며 "팀원끼리 '약속된 플레이를 하자'고 약속했다. 그게 오늘 잘 됐다"고 돌아봤다.
팀이 어려웠던 시기를 지나 이제야 빛을 보고 있다. 이한비 역시 감회가 새롭다. 이한비는 "팀이 창단한다고 했을 때 무척이나 좋았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이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느꼈다. 출전 기회도 많이 받아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장소연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는 이한비. KOVO 제공어느덧 팀 내 고참급이 된 이한비는 팀워크를 강조한다. 이한비는 "팀을 이루는 과정을 배워나가고 있다"며 "예전에는 후배이기만 해서 선배들한테 배우기만 했는데, 페퍼저축은행에서는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모든 걸 같이 해나가는 것 같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기는 방법'을 배운 페퍼저축은행과 이한비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이한비는 "동료들이 서로를 커버해 준다. 감독님도 더 믿어주라고 말씀해 주신다"며 "5세트까지 가는 경기도 이길 수 있다. 예전에는 이기고 있어도 불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위기를 넘어가는 힘이 생겼다"고 자신감 넘치는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