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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강제 이주 당한 개미마을 주민들, 권익위 조정 거부

50년 전 강제 이주 당한 개미마을 주민들, 권익위 조정 거부

피해주민, "화전민 아닌데 강제이주"
무덤 위에 일군 개미마을
피해주민, 주택·농지 매매만 수용
전북도·김제시 책임 분담 이견
법적 근거 없어 답답한 전북도
"환경개선 공모사업 우선 선정하겠다"

무덤 사이에서 가마니와 거적 등으로 임시 거처를 마련해 피난민처럼 생활한 개미마을 주민들. 주민대표 김창수(80)씨 제공 무덤 사이에서 가마니와 거적 등으로 임시 거처를 마련해 피난민처럼 생활한 개미마을 주민들. 주민대표 김창수(80)씨 제공 
50년 전 전북 김제에서 발생한 공동묘지 강제 이주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조정이 결렬됐다.
 
피해 주민대표 김창수(80)씨가 "권익위가 제시한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주택과 농지를 매매하는 안건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과 김제시, 권익위는 오는 2월 6일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권익위는 지난해 7월, 정부의 화전정리 사업으로 1976년 공동묘지로 강제 이주당한 김제 성덕면 개미마을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고자 김제시와 전북도, 산림청을 피신청인으로 하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이 조정안은 우선, 신청인인 피해 주민들이 토지 무상양여를 요구하지 않으며, 더는 민원을 제기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했다.
 
이어 권익위는 김제시에게 개미마을 주민들이 점용·사용하고 있는 주택과 농지를 공시지가 또는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금액을 산출하고 30%를 제외한 금액으로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
 
또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마을 길 확장과 오폐수 처리 시설 설치, 경로당·마을회관 설치, 노후주택 개량 사업을 실시하고, 주민소득지원 사업 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것을 제안했다.
 
전북자치도에게는 앞선 사업들에 대해 개미마을이 공모사업을 신청할 경우 우선 선정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산림청은 도시녹화사업 실시, 화전민 관련 자료 제공, 임산물 보관창고 신축 지원 등을 요구받았다.

전북 김제시 성덕면 개미마을 주민들은 한동안 무덤 사이 여유 공간에 가마니와 거적 등으로 임시 거처를 마련해 피난민처럼 생활했다. 주민대표 김창수(80)씨 제공전북 김제시 성덕면 개미마을 주민들은 한동안 무덤 사이 여유 공간에 가마니와 거적 등으로 임시 거처를 마련해 피난민처럼 생활했다. 주민대표 김창수(80)씨 제공
김씨는 조정안을 대하는 전북도의 태도에 깊은 유감을 보였다. 김씨는 "김제시가 전체 비용의 20%를 부담하고 전북도가 80%를 부담해야 하는데, 전북도가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이 사건에서 전북도의 책임이 큼에도 뒷짐을 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다만, 전북도는 주민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권익위의 조정안을 적극 이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북도 관계자는 "주민의 요구를 받아들일 마땅한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마을의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보조사업이 신청되면 우선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 설득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1976년 당시, 김제시 금산면 금동마을 32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화전민으로 분류돼 성덕면의 공동묘지로 강제 이주당했다. 주민들은 "마을의 역사가 100년이 넘고 화전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무덤 사이에서 가마니로 움막을 짓고 살았으며, 생존을 위해 구걸도 해야 했다. 주민들은 공동묘지 위에서도 열심히 살아보자며 스스로를 '개미'라 부르며 개미마을을 일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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