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한 데 이어 이튿날인 16일 아예 조사에 출석하지 않고 불응했다.
공수처의 수사와 체포는 '불법'이란 입장을 고수한 데 따른 것인데, 이러한 묵비권 행사는 체포 전 남긴 메시지를 통해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체포영장이 집행된 뒤 공개된 메시지에서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 국민을 기만하는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가 이 공수처의 수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수사 당국의 절차를 '거짓' '불법' '무효' '강압' 등으로 규정하며,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오후 페이스북에 올라온 '국민께 드리는 글'에선 "수사권 없는 기관에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정상적인 관할이 아닌 법관 쇼핑에 의해 법률에 의한 압수·수색 제한을 법관이 임의로 해제하는 위법·무효의 영장이 발부됐다"고도 재차 언급했다.
'수사권 없는 기관' '법관 쇼핑' '위법‧무효 영장' 등 언급을 통해 수사 상황 면면을 부정한 셈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오전 언론을 통해 "전날 충분히 얘기했다"며 "오후 조사에도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공수처 검사들의 질문에 일절 진술하지 않았다.
각각 약 581자, 약 6789자 분량의 글을 통해 드러낸 불신은 윤 대통령의 이날 묵비권 행사를 진작 예고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린 것은 '여론전'이다.
법원의 체포적부심사 결과 윤 대통령 측 청구는 결국 기각됐지만,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거대 양당, 특히 최근 들어 보수 지지층이 집결세가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3~15일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국민의힘은 35%, 민주당은 33%를 얻어 여당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민주당은 1주 전보다 3%포인트(P)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3%P 상승한 결과다.
15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앞에서 보수단체 등 지지자들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과천=박종민 기자하지만 이를 윤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지지로 인식하는 것은 '착시'란 지적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보수층의 집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건 맞다고 본다. 다만, 그건 윤석열 지키기가 아니다"라며 "이들 지지층의 시선은 이미 조기 대선을 향하고 있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집권은 안 된다는 심리가 우선"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해 파면해야 한다'는 응답은 59%로,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응답(36%)을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탄핵 심판 과정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응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3%,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63%로 나타나 부정 평가가 2배 가까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9.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