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윤석열', '당당한 홍장원' 어떻게 달랐을까?[권영철의 Why뉴스]
[박지환 앵커] 어제(4일)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대면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를 했지만, 윤 대통령은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는데요.
홍 전 차장은 국회에서 증언한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확인했고, 윤 대통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습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있었던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정치인들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자신은 하지 않았다. 이렇게 부인했지만,
헌재 탄핵 심판에서는 다시 그런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들이 쏟아졌지요?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정치인 체포 얘기를 처음 꺼낸 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입니다. 홍 전 차장은 지난 1월 22일 열린 내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걸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홍 전 차장은 "전화를 받으니까 비상계엄 확인했냐 물으셨고, (좀 강한 어투라…)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라 말씀하셨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홍 전 차장은 어제(4일)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도 국회측 대리인단 김현권 변호사가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원,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는 취지로 말하였죠?" 라고 묻자 "그렇게 기억합니다"라며 이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어제도 반박했지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여전히 아무 일도 없었다며, 온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비상계엄 선포가 아무 일도 아닌 양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지시를 받았느니 이런 얘기들이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거를 쫓아가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자신의 내란 혐의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말에 대해 보수논객 조갑제씨는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우리 정부 수립 이후 군대가 국회의사당에 들어간 건 처음"이라며 "엄청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도 국회를 앞에서 봉쇄한 정도"라며 "이런 초유의 사태를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호수 위에 달그림자' 얘기를 하느냐"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특히 "지금 윤석열 대통령을 극단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일으키고 있는 헌법에 대한 불복, 사실에 대한 부정, 그리고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불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은 내전적 상황"이라며 "내전적 상황을 일으켜 놓고 자기는 감옥에 있잖아요. 수습을 못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게 별 것 아니라고 합니까? 그러니까 윤석열 대통령의 모든 말은 이제는 믿을 수가 없게 돼 버렸습니다. 비상계엄령을 계몽령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더 말할 게 없지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계엄이 몇시간 만에 해제됐다고,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없었던 일이 됩니까?
[대기자] 그건 아니지요,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지요. 군대가 그것도 무장한 특수부대가 국회 유리창을 부수고 침입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체포하라고 하고, 실제로 체포조가 동원됐습니다. 이런 일이 아무 일도 아닌걸까요?
[앵커] 특수부대가 국회에 진입하는 걸 전국민이 생방송으로 생생하게 지켜봤잖아요?
그건 그렇고 어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의 진술에 부합하는 증언을 했지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헌재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와, 홍 전 차장과 관련된 진술은 거부했습니다만, 경찰에 위치 파악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국회측 대리인 김정민 변호사가 "'정치인 15명 정도를 체포할 건데, 경찰에서 위치를 좀 확인해 달라' 이렇게 요청하신 사실이 있나요?"라고 묻자, 여 전 사령관은 "특정 명단에 대해서 저희들이 위치를 알 방법이 없으니 위치 파악을 좀 요청합니다"라고 말하며 이를 인정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또 국회측 법률대리인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정치인 등 특정 명단을 알려줬는지'를 묻자 "명단에 대한 언급은 있었다"고 시인하면서도 "서로 기억이 다르다. 형사재판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싹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지시는 부인했어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윤 대통령은 발언 기회를 얻어 "홍장원 차장에게 전화한 건 계엄사무가 아니라 아까 전화하겠다고 한 것도 있고, 제가 해외순방 때 많이 도왔기 때문에 격려 차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피청구인측 법률대리인도 "싹 잡아들여라고 한 건 간첩잡으라고 한 것"이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홍 전 차장은 증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참 비상계엄과 관련한 국무회의가 진행 중이고 수방사 특전사가 난리치는데 옛날에 해외 나갔다온 1차장에게 격려 차원에서 전화하신다? 그 시간에?"라면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 격려 차원의 전화가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화법을 잘 들어보면 사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는 방식입니다. 전화를 했다는 사실은 통화기록에 나오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전화를 한 건 맞지만 계엄 관련이 아니라 격려 차원이었다. 이런 취지로 말합니다.
어제 헌재 탄핵심판에서는 홍장원 전 차장과 대면한 윤 대통령의 표정 변화가 화제였습니다. 홍 전 차장이 90도로 허리숙여 인사하자 고개를 돌려 외면합니다. 그리고 증언하는 동안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홍 전 차장은 시종 흔들림 없이 자신의 얘기를 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진우, 여인형 전 사령관의 진술 때나, 홍 전 차장의 진술 때, 증언 내용에 따라 표정이 바뀌거나 중간에 나서서 발언 요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권 대기자! 사실 재판정에서 중요한 게, 피고인이든, 증인이든, 참고인이든, 진술 일관성이잖아요? 홍 전 차장의 진술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나요?
[대기자] 네. 홍 전 차장이 국회 국정조사 특위나 여러 곳에 출석해 증언했습니다만, 시종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과 법률대리인들은 홍 전 차장의 증언을 반박하면서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들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홍 전 차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느냐"고 받아쳤습니다.
홍 전 차장은 "맥락 없이 듣고 기억하는 부분에 대해서 설명했을 뿐"이라며 "대부분 원장하고 차장하고 보고의 책임 소재로 인용되거나 오늘처럼 이런 부분이 있으면 이해관계에 따라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데, 제가 굳이 왜 거짓말을 하지요? 당시 상황이 있었던 부분을 얘기한 건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사실을 얘기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거구나라는 부분을 느끼게 됩니다"라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 쪽 법률대인이 "우원식, 박지원, 기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연락한 사실이 있냐?"고 묻자, 홍 전 차장은 "변호인께서 제 통화내역까지 조회했던데 이미 다 조회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홍 전 차장은 "변호인님, 제가 피의자로서 검사에게 조사받는 거 아니잖습니까. 저는 증인이잖아요"라면서 "저는 준엄한 헌법재판소에서 증인으로 호출하셔서 당연히 국민의 의무로 온 것인데, 증인의 통화내역 조회까지 하면서 하는 게 맞냐"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나 법률대리인들은 형사재판 진행하듯이 탄핵심판을 끌고가면서, 무리한 주장까지 해 쫓기는 인상을 준 반면, 홍 전 차장은 시종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대조적이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권영철 대기자 수고했습니다.
2025.02.05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