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최원일 전 천안함장과 인사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민주당은 이날 현장에서 최근 국가유공자 판정을 받지 못한 제1연평해전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잘 챙겨 보겠다"고 답했는데, 이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주로 보수정당이 주도해 왔던 '안보' 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이동해 행사장에 참석했다. 그는 현장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최원일 전 천안함장(피격 당시 함장) 등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앞서 일부 천안함 전사자 유족들은 과거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 북한의 소행임을 부정하거나, 최 전 함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는 이유로 이 대표에게 사과 또는 사건에 대한 정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가 결정한 것에 대해서 그 누구도 의심한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천안함이 북한에게 피격 당했다는 정부의 결론과 생각을 같이 한다는 의미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에 포함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원칙과 방향을 정했으며 서해 수호에 대한 굳은 의지를 규정했다. 민주당과 이 대표 또한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 전 함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를 만나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승조원들을) 욕하는 사람들이 없게 해 달라'고 말했는데, (이 대표가)
'지금은 거의 없지 않나요'라고 답했다. 시간이 없어서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틀 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추도식을 할 때도 민주당 의원 3명이 참석했다"며 "
발전이 있는 것 같고, 변화가 시작된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면서도
"진정성을 보이려면 이 대표가 직접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그래야 민주당 지지자들이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악플을 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8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 직후 제1연평해전에 참전했던 수병들이 국가유공자 지정을 촉구하며 국회의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날 이 대표가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1999년 제1연평해전 당시 참수리 325정에서 전투에 참전했던 전직 수병 김준연씨 등이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당한 점을 토로하며 대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325정의 승조원 8명은 지난해 국가유공자 신청을 해 심사 과정을 거쳤지만, 지난 2월 보훈부는 △교전 직후의 진단서가 존재하지 않고 △만기 전역을 했으며 △전역 후 사회 및 경제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했다.
조 수석대변인과 민주당 전용기 의원 등은 이들과 만나 관련 내용을 듣고 "그 동안 제대로 챙기지 못해 죄송하다"며 "노력하겠다. 잘 챙기겠다"고 답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보훈 정책에 대해서도 "역대 정부들을 보면 민주당 정부가 보훈 정책에 대한 지원을 많이 했다"며 "(선열들에 대한) 존중이나 명예 회복을 지원하려는 의지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고 총선과 대선 당시에 나왔던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관련 이슈에 힘쓰고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이 대표와 민주당의 행보는 최근 이 대표가 취하고 있는 중도층 표심 행보와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앞서 이 대표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상속세제 완화, 주 52시간 적용 예외 토론 등에 나서면서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우클릭'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에는 당의 정체성을 '중도보수'라고 규정하면서 논쟁을 낳기도 했는데, 그동안 민주당의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안보' 문제를 직접 챙기고 나선 이날 일정 또한 이러한 행보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