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부당 가맹지사 계약 해지, 반복된 노동 탄압 등으로 논란을 사고 있는 중·고교 참고서 전문 출판사인 좋은책신사고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 "단체교섭 응할 의무 있음에도 거부"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좋은책신사고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인 신사고의 청구를 기각, 패소로 판결했다.
2022년 11월 단체교섭을 위한 언론노조 지부를 결성한 신사고 소속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 따라 2023년 4월부터 사측에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과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노조는 또 신사고에 단체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법 시행령 14조 3항은 사측이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은 즉시 7일간 그 사실을 공고하는 등 교섭 절차에 임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측, 잇단 패소에도 거듭 법적공방만
노조는 2023년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서울지노위)에 신사고의 거부를 시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서울지노위는 신사고가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하며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사측은 이마저도 따르지 않았다.
노조는 재차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신사고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서울지노위는 이같은 사측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신사고는 노조의 단체교섭과 단체교섭 공고 여부를 이행하는 대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중노위 역시 서울지노위의 판단이 문제 없다고 보고 신사고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신사고 사측은 지노위와 중노위가 모두 노조의 손을 들어주자 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신사고는 재판에서 단체교섭을 요구한 노조가 적법한 노조인지 확인할 수 없었고, 주로 참고서를 생산해 언론노조와 무관해 무대응했다며 정당한 거부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 교섭 창구 단일화 요구에 대해선 2개 이상의 노조가 존재하지 않아 이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사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사고 노조는 노동조합법령에 따라 설립된 전국 단위의 산업별 노조"라고 신사고 노조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이어 재판부는 신사고 사측에 대해 "사회 통념상 단체교섭 의무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정이 인정되지도 않으므로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노조법 시행령에 따라 하나의 사업장에 노조가 하나만 존재하는 경우도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 "교섭 해태·노조 차별 그만…대화하자"
한편 신사고는 2021년부터 가맹지사·총판과의 일방적인 계약해지와 인권탄압적인 노무 관리 등으로 여러 논란을 사고 있다. 사측의 노동탄압에 직원들은 2022년 11월 노조를 결성했고 이후 수차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정공방으로 시간만 끌고 있다.
신사고의 가맹지사·총판 일방 계약해지와 관련해서 국회 정무위원회는 2022~2023년 국정감사에서 연이어 홍범준 신사고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국회 정무위는 홍 대표이사를 국회 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신사고 노조 관계자는 "노조 설립 후 2년 동안 대법원까지 가서야 단체교섭 절차를 시작할 수 있게 됐는데 사측은 여전히 교섭 해태, 노조 차별 등을 이어가고 있다"며 "노사가 화합해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