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2‧3 내란사태 이후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집중 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AI(인공지능) 밸류체인을 주도하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SK하이닉스의 주가도 30% 넘게 상승했다.
개인은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매수했다. 4분기 어닝쇼크에 빠진 삼성전자 주가는 52주 신저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5만 전자'에 발이 묶인 상태다.
외국인, SK하이닉스 집중 매수…삼성전자 매도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3 내란사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4일부터 최근까지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2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는 AI 대장주인 엔비디아에 AI 반도체용 주요 부품인 HBM을 공급하는 글로벌 'AI 밸류체인'의 핵심 중 하나다. 그 결과 지난해 연간 매출 66조 1930억원, 영업이익 23조 4673억원으로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5천억달러(약 71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향후 AI 산업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HBM 매출이 지난해보다 10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같은 호재 속에 외국인이 매수한 SK하이닉스 주가는 16만 4900원에서 22만 1천원까지 34% 상승했다. 지난해 7월 기록한 고점인 24만 8500원에 근접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네이버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각각 5천억원대와 3천억원대 규모로 순매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 41만 5천원으로 지난해 11월 역대 최고가인 42만 5천원을 눈앞에 뒀다.
반대로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KB금융 순으로 많이 팔았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순매도 물량만 2조 8천억원에 육박한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는 가운데 딜링룸 디스플레이를 통해 외신이 SK하이닉스 실적 소식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개인, 외국인과 맞바꿔…SK하이닉스 팔고 삼전 샀다
공교롭게도 외국인과 개인의 매매는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외국인이 판 종목을 개인이 사고, 개인이 판 종목은 외국인이 사는 '손바뀜'이 나타났다.
즉 외국인 순매수 1위인 SK하이닉스는 개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이다. 거래 규모도 2조원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 투자한 4만 203명의 평균 매수가는 16만 862원이다. 즉 개인투자자가 수익 실현한 물량을 외국인이 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다. 8천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도 물량의 일부를 담았다.
다만 삼성전자에 투자한 28만 9729명의 평균 매수가는 6만 7033원으로 현재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1월 4만 99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찍은 뒤 현재까지 5만원대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6조 5천억원으로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어닝쇼크'가 발생했고, SK하이닉스에도 밀렸다. 3조원대로 추정되는 반도체 부분 실적은 SK하이닉스와 큰 격차가 벌어졌다.
개인은 삼성전자의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물타기(저가 매수로 평균 매수가를 낮추는 방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10일과 비교하면 투자자는 1만 6905명 늘고 평균 매수가는 424원 내렸다.
또 개인은 KB금융과 금양을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금양은 지난 23일 52주 신저가인 17만 8700원을 기록했다.
결국 12‧3 내란사태 이후 우리 주식시장은 외국인 순매수 종목이 상승 흐름을 보이며 52주 신고가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개인은 52주 저점 부근에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