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부산시의회 제공부산시의회가 현행 규정을 어긴 채 신임 비서실장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 당사자는 의장 측근으로 알려져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진다.
정원도 없는데 채용…부랴부랴 조례 개정
3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등에 따르면, 부산시의회는 지난달 1일 퇴직 공무원 출신 A씨를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용했다. 지금까지 비서실장은 부산시의회 소속 직원이 맡아 왔으나, 신임 A 실장은 4급 별정직으로 부산시의회에 채용된 외부 인사다.
임용 사실을 통보받은 부산시는 해당 채용이 조례 규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현행 '부산광역시 공무원 정원 조례'는 부산시의회 사무처 4급 정원을 일반직 6명, 별정직 6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별정직 6명은 모두 각 상임위원회에 배속하는 전문위원이고, 비서실장은 4급 일반직 가운데 한 자리가 있다. 즉 부산시의회가 4급 별정직 잔여 정원이 없는 상태에서 비서실장을 채용했다는 의미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달 3일 부산시의회에 공문을 보내 해당 비서실장 채용이 조례 규정에 맞지 않으며, 정원에 맞게 인력을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임용 여부는 인사권이 있는 부산시의회 소관이나, 조직권은 시에 있는 상태여서 문제를 발견하고 정원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의회는 뒤늦게 부산시에 관련 조례 개정을 요청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부산시의회 관계자는 "부산시에 정원조례 개정을 요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임시회에서 조례안을 심사할 예정으로 향후 철저한 정원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규정을 어긴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틀어진 정원을 맞추기 위한 조례 개정안은 오는 7일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의회가 도리어 집행부로부터 지적을 받아 조례 개정안을 심사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의장 측근 채용하려다 무리했나…"오해 소지 있어"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부산시의회가 안성민 의장(영도구1·국민의힘) 측근을 별정직으로 채용하려다 촌극이 빚어졌다는 뒷말이 나온다.
안 의장과 A 실장은 같은 고교 선·후배 사이인 데다 지역 기반이 영도구라는 공통점이 있다. 안 의장은 영도구에서 시의원만 4선째에 과거 영도구청장 선거에 두 차례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력이 있다. A 실장은 수십 년간 영도구에서 공직 생활을 했다.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 부산시의회 제공영도구 지역 한 인사는 "안 의장과 A 실장은 20여 년 전 안 의장이 시의원으로 출마할 때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라며 "A 실장이 당시 구청장으로 출마한 안 의장과 친하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 때문에 비서실장 채용 소식이 그리 놀랍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 지역 여권 관계자도 "A 실장은 안 의장과 함께 지난 총선 때 조승환 의원(영도구·국민의힘) 당선을 도왔다"라며 "이번 채용을 포함해 안 의장이 인사를 다소 독단적으로 한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시의회 한 의원은 "집행부에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의회가 제대로 지적하고 견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채용은 의장 고유권한이지만, 인사에 타당한 이유가 없으면 조직을 사유화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 의장은 "인사팀에서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고 해 채용했다. 규정 위반 여부는 보고받지 못했는데 다시 확인해보겠다"라면서 "비서실장과 고교 동문에 예전부터 잘 아는 사이는 맞지만, 이를 두고 조직을 사유화한다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