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하는 GS 이영택 감독. KOVO 제공사령탑은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했다.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는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5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2-3(31-33 27-25 24-26 25-23 12-15)으로 패했다. 이로써 GS칼텍스는 시즌 전적 5승 21패(승점 19)로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엄청난 접전이었다. 초반 3번의 세트 모두 듀스까지 가야 승부가 결정 날 정도였다. 그만큼 한 점, 한 점이 아주 중요한 경기였다.
경기 후 GS칼텍스 이영택 감독은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장에 자리했다. 손으로 얼굴을 쥔 이 감독의 모습에는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 감독은 "저 때문에 진 것 같다"며 자책했다. 이어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다. 저 때문에 졌다"며 "3세트에 교체 착오가 있었다.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실수로 그르쳤다.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연신 자신의 실수에 대해 사과했다.
KOVO 제공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GS칼텍스는 1세트를 먼저 빼앗긴 뒤, 2세트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가 오른 GS칼텍스는 외국인 공격수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의 맹활약에 힘입어 3세트 역시 넉넉한 점수 차로 앞서 나갔다. 23-16, 7점 차까지 점수를 벌렸다.
그러나 페퍼저축은행의 반격은 만만치 않았다. 연속 5점을 뽑아냈고 스코어를 2점 차까지 줄였다. 이 상황에서 GS칼텍스 아시아쿼터 뚜이 트란(등록명 뚜이)의 천금 같은 속공 득점이 나오면서 GS칼텍스가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다.
논란의 장면은 이 상황에서 발생했다. 세트 승리까지 1점만 남긴 이 감독은 체력 안배를 위해 실바를 빼고 세터 안혜진을, 세터 김지원을 빼고 김주향을 투입했다. 문제없는 교체였다. 승기를 잡은 감독의 입장에서는 다음 세트를 위해 에이스를 쉬게 하는 교체를 선택할 수 있다.
24-21 상황, 페퍼저축은행의 매서운 반격은 멈추지 않았다. 어느새 24-23까지 따라붙었다. 이때 실바는 자신이 3세트를 끝내기 위해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코트로 나가려 했는데, 이 감독은 실바의 걸음을 막아 세웠다.
KOVO 제공결국 코트로 나가지 못한 실바는 세트가 끝날 때까지 벤치에 머물러야 했다. GS칼텍스는 세트 막판에 페퍼저축은행에 내리 5실점 하고 다잡은 3세트를 내줘야 했다.
왜 실바를 막아 세운 걸까. 사령탑은 그 당시 교체 횟수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교체가 4번 남았다고 해서 그런 것"이라며 "앞서서 이주아와 권민지를 바꿨던 것을 착오했다. 내 잘못이고, 내 실수다"라고 했다.
한 팀은 세트당 6번만 교체가 가능하다. 실바를 안혜진과 바꿀 때 남은 교체 기회는 3번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4번이 남았다고 착각한 것이다. 결국 3번의 교체 기회 중 2개의 카드를 동시에 쓴 이 감독에게는 교체 1차례만 남게 됐다.
그 남은 1번의 교체 기회를 실바한테 쓰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 규칙상 교체 선수가 다시 코트로 투입되려면 바꿨던 선수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세터 안혜진을 대신해 실바가 들어가야 하고, GS칼텍스는 세터 없이 남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모험을 걸어야만 한다.
이 감독도 "실바가 전위였다면 넣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후위였다"고 말했다. 이어 "3세트 중반부터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해서 체력 안배를 생각해 실바를 뺐다. 제 실수 때문에 진 것이다. 실바에게도 사과를 했다"고 거듭 자책했다.
GS 이영택 감독과 실바. KOVO 제공
패배는 GS칼텍스에게 더욱 아쉽다. 우선 실바가 개인 1경기 최다 득점인 55점을 맹폭하는 말도 안 되는 활약을 펼쳤다. 이날 실바의 공격성공률은 48.11%로 높기까지 했다.
여기에 아시아쿼터 뚜이도 자신의 첫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세터 김지원은 역대 1경기 최다 세트 성공(75개), 역대 한 세트 최다 세트 성공(25개) 기록을 갈아치웠다.
결과만 승리로 장식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날이었다. 누구보다 아쉬운 건 이 감독이다. 이 감독은 실바에게는 "항상 고맙다"고 전했다. 이어 "매 경기 어린 선수들을 잘 끌어주고 최선을 다해준다"며 "제가 해줄 수 있는 한 최대한 체력, 부상 관리, 훈련 조절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뚜이에 대해서는 "공격력이 분명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속공, 이동 공격을 잘하는 선수다. 상대가 실바 쪽으로 블로킹이 몰릴 것을 대비해 뚜이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KOVO 제공결과는 아쉬웠지만 그대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GS칼텍스는 오는 9일 IBK기업은행을 홈으로 불러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