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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집어내라" 명령에 고심한 군인, "공작"이라는 통수권자 尹

법조

    "끄집어내라" 명령에 고심한 군인, "공작"이라는 통수권자 尹

    편집자 주

    12·3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문득 잠에서 깨 뉴스를 보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민이 잠시 빌려준 권력을 남용해 법치를 독차지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겠죠. '내란해제.zip'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 장면을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진짜 법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이 심판을 통해, 내란도 비로소 해제될 것이라 믿습니다. 함께 탄핵심판 '주문(결정)'을 써 내려가 보시죠!

    ▶내란해제.zip_6차 변론 초점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답변을 들은 뒤 발언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답변을 들은 뒤 발언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최상목 쪽지도, 끌어내라한 것도 '나는 아니다' 탄핵 변론한 尹
    ②尹 측, 탄핵심판서 "대통령, 고립된 약자…난도질당해" 주장
    ③왜 대통령 탄핵심판을 먼저 하냐고요?[법정B컷]
    ④尹 불출석에 탄핵심판 4분 만에 종료…재판관 기피신청 기각
    ⑤심판정 들어온 8명의 재판관, 尹 재판 방해 '칼차단'
    ⑥尹측 "평화 계엄" 궤변에 "반드시 파면해야"…탄핵심판 본격 설전
    ⑦尹 "인권유린" 반발에 "변경 안해"…헌재, 탄핵심판 속도
    ⑧尹 탄핵심판서 드러난 '그들만의 망상, 그들만의 세상'[법정B컷]
    ⑨최상목 쪽지도, 끌어내라한 것도 '나는 아니다' 탄핵 변론한 尹
    ⑩탄핵심판 '물타기' 나선 尹…부정선거 의혹 재탕
    ⑪대면한 尹·김용현…'실패한 계엄 아냐' 통했지만, 엇갈린 진술
    ⑫'웃으며' 벌인 계엄? 꿰맞춰지지 않는 퍼즐
    ⑬홍장원 "국민에 사과 건의했지만"…눈 감고 고개 돌린 尹
    ⑭곽종근 나오자 달라진 尹 태도…쏘아보며 "가능한 얘기냐" 목청
    ⑮"끄집어내라" 명령에 고심한 군인, "공작"이라는 통수권자 尹
    (계속)

    12·3 내란사태 현장에서 호흡을 맞춘 군 사령관과 직속 지휘관의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그날 밤 각자가 진 책임의 무게와 이를 평가받을 형사재판 전략에 따라 한때 '원팀'이었던 이들이 다른 길을 가게 됐지만, 군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모든 게 "공작"이라고 모른 체 했다.
       

    명확히 기억하는 尹의 말 "의결정족수, 국회 문 부수고, 끄집어내"

    헌법재판소는 전날(6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을 증인으로 불렀다. 곽 전 사령관은 국회 증언대에서 줄곧 윤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유지해 주목받은 증인이다.
       
    윤 대통령 측과 여권에선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이 야권의 입김으로 조금씩 바뀌고 오염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정형식 재판관은 곽 전 사령관에게 "증인의 생각이나 해석 말고 (12·3 당일) 들은 것만 묻겠다"고 사실 추출에 나섰다.
       
    그 결과 곽 전 사령관이 "대통령님이 말씀하신 워딩이 딱 그 세줄"이라며 밝힌 윤 대통령의 말은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는 것이었다.
       
    기억 상 대통령이 사용한 표현은 '인원'이지만 곽 전 사령관은 "(인원이 가리키는 건) 정확히 국회의원"이라고 자신이 받아들인 지시에 대해 확언했다. 본회의장 안에 국회의장과 의원들이 모여드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고 있었던 상황에서 걸려온 전화였기 때문이다.
       
    또 특임대원들이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진입한 시점은 0시 33~34분으로 대통령 통화 이후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의원'이 아닌 '(군) 요원'을 빼내라 한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시간상 앞뒤가 안 맞는 변명이 됐다.
       

    "계엄이라도 국회 병력 투입은 잘못" 자백한 사령관

    이번 증인신문에서 곽 전 사령관은 12·3 당일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두려워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 시에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것은 상관의 명령에 따른 적법한 행위 아니냐'고 묻자 "당시 적합성 여부를 평가할 겨를이 없었는데, 투입된 것 자체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0시 20분 "끄집어내라"는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후 급한 마음에 '테이저건·공포탄이라도 쏴야하나' '전기라도 끊어야 하나' 생각하며 국회 현장에 투입된 김현태 707특임단장에게 전화했고, 함께 있던 참모와 상의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주장처럼 테이저건·공포탄·전기차단 지시는 그들의 입이 아닌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나온 것이 맞지만, 그만큼 상부로부터 긴박한 지시를 받았다는 점을 드러내는 증언이 됐다.
       
    김형두 재판관도 "대통령에게 (끄집어내라)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증인이 그런 생각을 할 리가 없지 않냐"고 물었고, 곽 전 사령관은 "(전화를 받고) 저기를 어떻게 뚫고 들어가야 하나 생각이 돌아가다 보니 (공포탄 등이) 가능하냐 물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호소용' '경고성 계엄'이라며 이번 사안을 무마하려 하고 있지만, 군 통수권자의 한 마디가 훈련된 군인들을 통해 순식간에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은 (불법) 아니라 생각" 입장 바꾼 지휘관

    김현태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김현태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반면 곽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국회에 침투한 후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던 김현태 단장은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와 다소 진술을 바꿨다. 그가 명확히 들어 기억한다는 12·3 당일 상부의 지시 내용은 유지됐지만, 그 지시에 대해 지휘관으로서 스스로 해석했던 부분에 대해선 말을 달리했다.
       
    김 단장은 지난해 12월 9일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원들이 모이고 있단다.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단다. 막아라. 안되면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냐. 이런 뉘앙스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날 증언대에선 "'150명 넘으면 안 된다는데'라고 사정하는 듯, 들어갈 수 있겠냐"라고 들은 것이 전부라고 했다. '국회의원'이나 '끌어내라'는 단어는 당시 듣지 못했다고 했다.
       
    또 12월 기자회견에선 "인원을 포박할 수 있는 케이블 타이 이런 것들을 잘 챙기라고 강조했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지만, 전날 탄핵심판에선 "(케이블타이는) 문을 봉쇄할 목적"이라며 "사람은 전혀 아니"라고 부인했다.
       
    특히 김 단장은 곽 전 사령관이 계엄 당시 군 투입이 불법적이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과도 입장이 달랐다. 윤 대통령 측이 "곽 전 사령관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출동한 게 불법은 아니지 않냐"고 묻자 "지금은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달라진 인식을 드러냈다.
       
    김 단장은 최근에는 "많은 정보를 받고 있다"며 "국회에 임무를 받고 가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고, 의정활동을 방해했을 때 문제가 된다고 이해한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의 경우 구속기소돼 재판이 막 시작된 상태로 혐의 인정 후 정상참작을 향해 가는 반면, 검찰 조사 단계인 김 단장은 무죄 주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술에 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장원 공작, 곽종근 내란 프레임" 군 통수권자는 뻔뻔


    비상계엄에 휘말린 군인들이 검·경 등 수사기관과 국회, 헌재, 법원 등에서 살 길을 찾으려 골몰하는 가운데, 정작 비상계엄을 주도한 군 통수권자는 떳떳하게 목청을 키웠다.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이 증언을 마친 후 "그제 (탄핵심판 증언) 상황과 오늘 상황을 보니 12월 6일 홍장원(전 국정원 1차장)의 공작과 특전사령관(곽종근)의 김병주TV 출연부터 바로 이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2월 6일부터 공작이 시작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조직생활, 공직생활을 하는 사람이 '(지시가) 부당하다' '(국회 인원 빼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말 한마디를 안 했다는 것은 도무지 상식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곽 전 사령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듣고 부당하거나 이행하기 어렵다면, 즉시 자신에게 말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그렇지 않았으니 끌어내라는 지시 자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박춘섭 경제수석의 증언을 통해 곽 전 사령관이 왜 윤 대통령의 지시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공포탄까지 고려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 "예산안 감액 때문에 (야당을) 반국가세력이라고까지 했는데 대통령과 (타개 방법을) 소통해왔나, 토론은 안했나"라는 국회 측 질의에 박 수석은 "감액 내용을 보고만 했다"며 토론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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