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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탄핵심판 '물타기' 나선 尹…부정선거 의혹 재탕

    편집자 주

    12·3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문득 잠에서 깨 뉴스를 보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민이 잠시 빌려준 권력을 남용해 법치를 독차지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겠죠. '내란해제.zip'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 장면을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진짜 법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이 심판을 통해, 내란도 비로소 해제될 것이라 믿습니다. 함께 탄핵심판 '주문(결정)'을 써 내려가 보시죠!

    ▶내란해제.zip_3차 변론 초점
    부정선거 근거로 '빳빳한 투표용지' 사진 등 제시
    계엄해제 방해 등 핵심 소추사유엔 모르쇠 일관
    "국회·언론이 대통령보다 갑" 피해의식 드러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피청구인 측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피청구인 측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글 싣는 순서
    ①최상목 쪽지도, 끌어내라한 것도 '나는 아니다' 탄핵 변론한 尹
    ②尹 측, 탄핵심판서 "대통령, 고립된 약자…난도질당해" 주장
    ③왜 대통령 탄핵심판을 먼저 하냐고요?[법정B컷]
    ④尹 불출석에 탄핵심판 4분 만에 종료…재판관 기피신청 기각
    ⑤심판정 들어온 8명의 재판관, 尹 재판 방해 '칼차단'
    ⑥尹측 "평화 계엄" 궤변에 "반드시 파면해야"…탄핵심판 본격 설전
    ⑦尹 "인권유린" 반발에 "변경 안해"…헌재, 탄핵심판 속도
    ⑧尹 탄핵심판서 드러난 '그들만의 망상, 그들만의 세상'[법정B컷]
    ⑨최상목 쪽지도, 끌어내라한 것도 '나는 아니다' 탄핵 변론한 尹
    ⑩탄핵심판 '물타기' 나선 尹…부정선거 의혹 재탕
    (계속)

    도태우 변호사 "2024년 10월 국정원이 발표한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 보안점검 결과에 관한…."
    윤석열 대통령 "(2024년이 아니라) 2023년."
    도태우 변호사 "2023년입니다. 죄송합니다."

       
    탄핵 심판정에 앉은 윤석열 대통령이 손가락 세 개를 펴며 법률대리인 도태우 변호사의 실수를 짚었다. 국가정보원 자료로 부정선거 의혹의 첫 근거를 댈 참이었는데,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PT)에 관련 날짜가 잘못 기재돼 있자 윤 대통령이 직접 바로 잡은 것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자신의 탄핵심판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의 근거들을 본격적으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라며 '음모론'이라는 표현엔 거부감을 표했지만, 이미 스스로 믿는 팩트는 따로 있는 듯했다.
       
    윤 대통령 측이 전날 PPT 화면으로 제시한 부정선거의 근거들은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조사와 재판을 거쳐 논란이 종결된 것들이었다. △선거인명부시스템 해킹 가능성 △접힌 자국 없이 빳빳한 투표용지 △관인이 뭉개진 투표지 △투표지 보관소 문고리 훼손 의혹 등이다.
       
    윤 대통령 측은 "국내외 주권 침탈 세력에 의한 거대한 선거부정 의혹이 있었으나 선관위와 법원, 수사기관을 통해 제도적으로 해결되지 못해 국가 비상상황이 초래됐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제대로 된 증거확인 없이 선관위 해명을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에 사법기관 판단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선관위는 A4용지 9쪽 분량의 자료를 내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의혹에 일일이 반박했다.)
       
    앞으로도 변론 과정에서도 이같은 의혹을 입증하겠다며 윤 대통령 측은 국정원과 감사원,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인천 연수구와 파주시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사실조회를 요청한 상태다. 인물이 특정되지 않은 투표관리관과 투표사무원 등에 대한 증인신청도 제출했다.
       
    국회 소추대리인단은 이를 탄핵심판 '쟁점 흐리기'라고 일갈했다. 대리인단의 김진한 변호사는 "대부분 사법기관에서 근거 없는 주장으로 판단한 사항이며 탄핵심판의 쟁점이 아니"라며 "설사 선거부정이 있다고 해도 피청구인(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침투한 이 사건 소추사유를 전혀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피청구인이 스스로 발표한 계엄 선포 사유에도 부정선거가 등장하지 않는다"며 "계엄 도발 실패 이후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런 사유를 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거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위험을 가진 존재는 선관위가 아니라 그보다 큰 힘을 가진 행정부와 국가정보기관, 이를 지휘하는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국회 측은 이번 탄핵심판에서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증거신청을 재판부가 적절히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 대통령은 '사후 정당화 논리'라는 국회 측 비판에 곧바로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것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부정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게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린할 수 있으면 해보라(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었다는 것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주장대로라면 단순히 "(선관위에) 어떤 장비들이 있고, 어떤 시스템에 의해 가동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선관위 관련 기관들에 계엄군 300명가량이 출동한 셈이다.
       
    양측의 요지 발표가 마무리된 후 재판장인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쪽지를 최상목 기재부장관에게 줬는지, 이진우·곽종근 사령관에게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 지시했는지 여부다. 윤 대통령은 '모르겠다' '그런 적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12·3 당일 윤 대통령의 지시로 움직였다는 여러 공범들의 주장과 엇갈리는 부분으로, 오는 23일부터 시작될 증인신문에서 대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체포 당일에도 특유의 당당한 태도로 영상메시지를 남겼던 윤 대통령은 이날 직접 변론 과정에서 수차례 '힘없는 대통령'의 자의식을 드러냈다. 문 권한대행이 변론기일을 마치려던 순간 마지막 발언을 요청한 윤 대통령은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갑(甲)"이라며 "만약 계엄 해제 의결을 못 하게 해도 국회 아닌 다른 장소에서, 이후에도 얼마든지 해제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는) 막거나 연기한다고 해서 막아지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심판정에서 재생된 12·3 내란사태 당일 CCTV 영상들엔 갑자기 들이닥친 계엄군에 휴대전화를 빼앗기는 선관위 직원의 모습, 창문으로 침투하려는 계엄군을 막다 끌려 나는 시민과 취재진 등의 모습이 생생히 담겼다. 이미 국회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영상이 대부분이었지만, 화면이 바뀔 때마다 방청석에선 떨리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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