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가자지구 주민을 이웃 아랍국으로 강제 이주시킨 뒤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발언'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휴전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제 이주 구상이 국제법 위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실상의 '인종 청소'라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며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NYT " 트럼프의 '가자 구상'으로 휴전 협상 파탄…전쟁 지속 가능성"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점령 및 팔레스타인 주민 집단 이주를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2단계 협상을 파탄시켜 이스라엘이 전쟁을 계속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임시휴전을 영구휴전으로 전환하는 회담을 진행하라는 압력은 거의 가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대신 가자지구를 하마스가 아닌, 미국이 소유해 개발하겠다는 구상만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 3일 시작될 예정이었던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휴전 후속 협상은 공중에 붕 뜬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NYT는 트럼프가 권력 복귀 이후 '두 국가 해법'을 권고하지 않았다며 팔레스타인을 하나의 협상 국가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새로 지명된 이스라엘 대사 마이크 허커비도 지난달 뉴욕에 본사를 둔 유대인 잡지 아미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그(트럼프)가 와서 '저기 나가서 '두 국가 해법'을 구해보자'고 말한다면 매우 놀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19일 휴전 1단계 합의에서 하마스가 33명의 인질을 석방하는 대가로 이스라엘은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하고 6주 동안 전투를 중단하기로 했다. 1단계 합의에선 휴전 개시 2주 뒤인 지난 3일부터 2단계 휴전을 위한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2단계에서는 이미 사망한 인질을 포함해 59명가량이 귀환하는 논의를 한 뒤, 3단계에서는 영구 휴전과 가자지구 재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협상단은 이날까지도 협상장이 있는 카타르 도하로 출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장악' 발언으로 이스라엘 뿐 아니라 하마스가 인질 협상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상 과정에서 하마스는 가자 지구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합의 후 가자지구로 귀향하는 피란민들. 연합뉴스美 공화당 내에도 '미군 주둔' 강력 비판…진화 나선 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을 두고 심지어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자지구의 주민들을 미국이 강제로 이주시키겠다는 구상은 인종 청소 논란을 넘어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 내에선 가자지구에 미군 주둔 가능성을 열어놓은 점을 문제삼고 있다.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은 지난 5일 "해외 점령 전쟁을 벌여 미국의 자원을 낭비하고 미군의 피를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백악관은 적극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스티브 윗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는 이날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달러를 쓰거나 미군을 배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대통령은 미군을 투입한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또 가자 주민들을 '영구 이주' 시키겠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도 "일시적 이주"라며 말을 바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가 해당 구상을 좋아한다", "나중에 뭔가를 할 것"이라며 가자지구 개입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