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미국이 한국산 철강 등으로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지만, 코스피는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하는 모습이다.
관세 정책의 강도가 우려보다 약하고 관세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주식시장에 '내성'이 생긴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71% 오른 2539.05로 장을 마쳤다.
특히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도 그동안 적용된 무관세 할당제(쿼터제)가 폐기되면서 다음달 12일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철강 지수는 0.47% 빠지는 데 그쳤다.
주식시장이 느끼는 관세 정책의 충격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스피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에 대한 변동성이 줄고 있다.
코스피는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하루 앞둔 지난 3일 한때 3%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관세 부과가 유예된 멕시코‧캐나다와 달리 관세가 발효된 중국이 보복에 나선 4일에는 코스피가 상승폭을 1% 반납하는 데 그쳤다.
기간을 올해로 확대하면 코스피는 5% 넘게 상승하며 양호한 성적을 보인다. 전 세계 주식시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충격을 떨쳐내며 대체로 상승하는 분위기다.
독일의 9% 상승세에 힘입어 유럽도 7% 가까이 올랐다. 일본이 약 3% 하락하며 주춤하고 있지만 홍콩(7%)과 대만(1%)이 버티고 있고 신흥국도 3% 올랐다. 관세 부과 대상으로 거론된 멕시코와 캐나다 역시 각각 8%와 4%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합뉴스이 같은 주식시장의 상승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편관세 도입이 실제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보다 '협상용 카드'라는 점이 분명해지면서다. (
참고기사 : '협상용 관세' 압박 트럼프, 韓 '방위비 인상' 카드 쓸까)
다올투자증권 김지현 연구원은 "연방 세수에서 수입 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였고 2024년에는 1%에 불과해 트럼프가 공약한 TCJA법(광범위한 감세법) 연장 재원을 충당하기에 부족하다"면서 "관세를 통한 세입 확보보다는 무역협상 도구로 활용한다는 데 무게가 실리면서 관세가 실현될 수 있을지 현실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세를 올리면 수입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관세에 소극적일 것이란 지적도 있다.
KB증권 김일혁 연구원은 "관세가 가격에 전가되면서 소비자가 영향을 받거나 기업들이 마진 축소 압력을 이겨내기 위해 고용을 줄일 수 있는데, 내년 말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며 "트럼프 1기 때처럼 슬그머니 예외가 인정되면서 관세 효과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결국 주식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효과가 우려했던 것보다 약할 것으로 보고 충격에 빠지지 않은 셈이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지 않았고 미중 갈등 격화 리스크도 여전히 잠재해 있다"면서도 "트럼프 2기 정책 리스크의 강도를 보면서 글로벌 증시가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