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불거진 항공안전 분야 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 규모의 윤곽이 나왔다.
정부는 국비 약 2470억 원, 한국공항공사 예산 약 130억 원 총 2600억 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전국 15개 공항 시설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1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합동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민생경제점검회의는 물가·일자리·주거·서민금융 등 분야별 민생애로를 매주 순차적으로 살피고 정부 관계부처가 참여해 개선 조치를 마련하는 취지로 지난 6일(물가) 시작, 14일(일자리) 2차 회의에 이어 이날 3차 회의는 '주거'를 주제로 개최된 것이다. 회의엔 주무부처인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참석했다.
정부는 이날 주거 및 건설 경기 완화 대책 마련과 함께,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착륙 참사 후속조치로 지난달 실시한 전국 15개 공항 특별안전점검 결과를 토대로 이번 항공안전 분야 투자 규모를 추산해 발표한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예산 소요는 개별 사업 설계·시공 과정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또한 방식은 긴급한 시설개선을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14개 공항 운영을 담당하는 한국공항공사가 우선 투자하면, 향후 정부 재원으로 보전해 주는 구상이다.
인천공항 개선의 경우 인천공항 자체 예산을 활용하게 된다.
우선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와 그 지지대)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7개 공항 9개 시설물 개선은 올해 약 230억 원을 투입해 연내 개선한다.
이 중 무안공항을 비롯해 단단한 콘크리트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를 지지한 광주, 여수, 포항경주공항은 모두 콘크리트 둔덕을 전면 철거하고 방위각 시설을 재설치한다.
연합뉴스김해와 사천공항은 콘크리트 받침대를 매립하거나 주변을 성토해 지하 구조물화하는 방식으로, 제주공항은 철골구조물을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개선한다.
조류충돌 예방을 위해 15개 모든 공항에 조류탐지 레이더를 도입하는 데에는 약 840억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오는 4월 우선 설치 대상 공항을 확정해 연내 시범 도입을 거쳐 내년 본격 도입하고, 2027년까지는 전체 공항 도입을 추진한다.
항공기 오버런에 대비한 공항 내 종단안전구역이 국제 권고 기준인 240m에 미치지 못하는 공항 중 여건상 추가 구역 확보가 어려운 곳은 이마스(EMAS·활주로이탈방지시스템)를 설치하는데, 여기엔 1250억 원이 투입된다.
구체적으로 포항경주(양측 92m), 사천(122m, 177m), 울산(90m, 173m)공항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제주공항의 경우 방위각 시설이 240m 종단안전구역 밖에 위치하고 있으나, 강풍 등 영향으로 로컬라이저가 철골구조로 돼 있는 것을 감안해 이마스 설치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공항별 활공각 시설, 기상측정 장비, 항공등화 시설 등 정비에 약 280억 원을 투입해 연내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제주항공 2216편(보잉 737-800)이 조류 충돌로 인한 비상선언 뒤 동체 착륙해 활주로를 넘어 주행하다 콘크리트 둔덕형 방위각 시설에 부딪힌 뒤 폭발했다. 이에 각 공항의 △조류 충돌 우려 △권고 기준에 못 미치는 종단안전구역(무안 199m 등) △방위각 시설 적절성 등 문제가 불거졌다.
이번 참사로 탑승자 181명(승객 175명, 승무원 6명) 중 179명이 사망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관계국 측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