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 내 원도심 일대 전경. 과천시 제공한국교회에서 이단으로 분류한 신천지가 경기 과천시의 노른자 건물을 통째로 사들이면서 '성전화' 의혹이 일자, 시와 시의회가 관련 규정 강화를 추진하며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신천지 측은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과천 노른자 건물 통매입…"종교시설화 목적 아니냐"는 의혹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신천지는 기존 예배 공간이 있는 과천 별양동 내 한 10층짜리 건물 전체를 부동산 임대‧분양업체이자 소유주인 A업체로부터 매입했다.
이 건물 주소지에 대한 부동산등기부등본에는 '직권등기가 접수돼 처리 중에 있다'고 나오는 등, 매매에 따른 소유권 이전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아직 매입가 등은 전산으로 확인되지 않지만, 수년 전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 이 건물의 매매 호가가 1400억 원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은 지 33년 지난 해당 건물(1992년 준공)은 백화점에 이어 대형마트 등이 입점한 과천 상권의 중심 건물로 꼽힌다.
신천지가 단체 활동 용도 등으로 사용해 온 시설이 위치한 경기 과천시 별양동의 한 상가건물. 박창주 기자이에 대해 지역사회는 신천지가 대규모 예배당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다. 이미 '문화·집회시설'인 9~10층을 용도에 맞지 않게 종교 활동에 사용해 논란을 빚었던 만큼, 건물 소유권을 앞세워 광범한 용도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실제로 규정상 이 건물은 향후 종교시설로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다. '과천시 지구단위계획(2023년 고시)'을 보면 신천지가 매입한 건물의 '불허용도'는 장례식장과 공장, 창고, 위험물 저장·처리 시설, 유흥·숙박업소 등으로 한정된다. 종교시설은 불허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성전이 아니더라도 다수 종교시설을 포함한 복합개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일각의 관측이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재건축 시 기존 10층에서 최대 25층까지(용적률 1300%) 건물을 높일 수 있어 막대한 부동산 개발 차익도 거둘 수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신천지와 건물에 대한 매매 계약을 맺은 게 맞고, 향후 번복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거래 금액, 조건 등) 자세한 사항은 공식적으로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뿔난' 교계‧시민들…과천시‧시의회 "불허 방침" 한목소리
지난 12일 과천시의회에서 열린 간담회. 과천지킴시민연대 제공과천 지역사회에서는 즉각 거센 반발이 일었다.
과천지역 교계·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과천지킴시민연대는 지난 12일 과천시의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단 신천지 집단의 지역 중심 상가 매입을 저지하는 시민 사회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단이 가정과 사회의 건강한 질서에 반하는 행위와 사상을 확산할 위험성을 들어, 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시 전역 어디에도 근거지를 둘 수 없게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건물 인근에 초등학교와 대단지 아파트가 몰려 있어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포교 우려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간담회에는 신계용 과천시장을 비롯한 과천시의원 중 1명을 제외한 6명도 참석해 중심 상가 건물의 종교시설화 저지 방침에 뜻을 모았다.
신계용(국민의힘) 과천시장은 "그곳은 종교시설이 아니고 일반 상업시설이기 때문에 종교시설로 허가날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했고, 박주리(더불어민주당, 갈현‧문원‧부림동) 의원은 "중심상가 지구단위계획에 종교시설 전환 등을 불가하도록 명문화해 소송전에 따른 소모적 갈등과 지역사회 혼란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에 맞춰 과천시는 지구단위계획에 불허용도 항목을 일부 추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사회 혼란과 시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용도변경을 선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현행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지역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설정하는 지구단위계획은 지방자치단체장 권한으로 지정, 변경할 수 있다. 계획 변경에 관한 '5년 제한' 규정은 지난 2014년 폐지돼 주기에 상관없이 법령 절차와 여건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바꿀 수도 있다.
경기 과천시 별양동 내 신천지 예배당으로 알려진 건물의 8층에서 9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천국으로 가는 발걸음'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박창주 기자더욱이 최근 법원이 고양시가 신천지의 종교시설 용도변경을 직권취소한 건 정당하다고 판결해, 지자체의 건물용도 제한 조치에 힘을 실어주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과천시 관계자는 "해당 상가구역에 종교시설로의 변경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라며 "편법적으로 종교활동을 할 수 있는 교육연구시설 역시 불가하도록 하는 방안도 내부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앞서도 시는 신천지 신도들의 집회장으로 사용돼 온 해당 건물 일부 층에 대한 종교시설로의 용도변경 신청을 '공익 저해 우려‧건축물 안전 관련 조례' 등을 이유로 수차례 불허했다. 신천지 소유의 중앙동 2층짜리 건물에 대해서도 10층 규모 신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천지, "직권 남용+재산권 침해"라며 법적 대응 예고
신천지 예배당으로 알려진 9층의 한 출입문 옆에 '신발들은 예배 중 따로 보관했다가 인증 한 시간 후에 돌려드릴 예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박창주 기자
이에 대해 신천지 측은 "과천시와 과천시의회가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고, 특정 종교 지도자 등과 결탁해 신천지예수교회를 배척하는 행위"라며 시와 시의회에 항의 공문을 보낸 상태다.
신천지는 '과천시의회 및 과천시장의 공식 입장 표명 요구'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신천지의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도록 지구단위계획이나 관련 조례를 보완하겠다는 건 법률상 금지된 종교 편향 행정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에 대한 신 시장과 과천시의회의 공식 입장을 요구하는가 하면, 지구단위계획 변경 시 소송과 고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강경 대응할 뜻을 전했다.
한편 CBS노컷뉴스는 과천 도심에 신천지 소유 부동산이 최소 1만㎡ 이상으로 재개발, 재건축 시 층수와 용적률 상향으로 막대한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들 부동산은 신천지 본부와 총회 사무실, 교육장, 숙소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신천지 출신인 한 과천시의원이 이 구역 건물들을 가리켜 층수 제한 완화 등을 의정연설해 적절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관련 기사: 2023년 2월 11일자 "신천지 의혹 과천시의원, '층수 완화' 촉구…건물 소유주 들여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