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노동조합 집행부가 유인촌 장관 등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과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노조 제공대한체육회 노동조합(노조)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나 체육회 내부 제도 등에 대한 애로·개선 사항을 건의하고 협조를 구했다.
체육회 지원석 노조 위원장과 집행부 임원, 김성하 전 위원장 등 10여 명은 25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식당에서 유 장관을 비롯 강수상 체육국장, 김홍필 체육과장 등 5명의 문체부 인사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체육회 노조가 자신들이 소속된 기관을 소관하는 정부 부처 장관과 대면을 통해 소통하는 자리는 처음이다. 이례적 회동(會同)이 성사된 셈이다. 특히 이번 만남이 유승민 체육회장 당선인 취임을 3일 앞두고 마련된 데다, 유 장관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였다.
유 장관은 이기흥 전 체육회장 체제에서 부당함에 맞서 성명, 시위 등의 투쟁을 해 온 노조의 입장에 공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노조를 격려하고 소통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유 장관은 "내부에서 기관장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젊은 직원들이 당당히 잘못된 부분을 얘기하는 것이 인상깊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기흥 전 회장 관련 사안에 지속적으로 부당함을 주장해온 유 장관이 이 전 회장에 맞서 목소리를 낸 체육회 노조에게 일종의 동지애를 느껴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유 장관은 당초 체육회 노조 사무실을 방문하려 했다. 그러나 유승민 체육회장 당선인이 먼저 노조와 면담을 진행한 후 노조를 만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간부들의 조언을 듣고 미뤄오다 이날 만남이 성사됐다.
체육회 노조는 이날 문체부 측에 올해 체육회 예산 삭감에 따른 조직·인력 축소 위기에 대해 대응해줄 것을 건의했다. 올해 체육회 예산은 2812억100만 원으로, 지난해(4087억6600만 원) 대비 1388억8300만 원이 삭감됐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예산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수행 주체를 지자체 등으로 바꾼 것일 뿐"이라며 "일부는 원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체육회에서 내년 신규 사업을 신청할 때 최대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이어 인력 감원의 경우 먼저 제안하거나 요청하지 않으면 감원 검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축소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와 함께 ▲노동 이사제 도입 등 체육회 사유화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유사 공공기관 대비 낮은 하위직 급여 및 공무직(무기 계약직) 인사 제도 미비 사항 개선 등을 건의했고, 문체부는 이들 건의 대부분을 긍정적으로 검토,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체육회 지원석 노조위원장은 "날짜를 맞추다 보니 25일 만남이 성사됐다. 유 당선인의 취임 일정을 고려한 회동은 아니었다"면서 "우리가 건의한 현안들에 대해 세부적 견해 차는 있었으나, 문체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의미있는 자리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