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95)이 자택에서 아내 벳시 아라카와(65)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명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의문이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과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장을 조사한 경찰은 "충분히 의심스러운 사건"이라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처음에는 이들 부부의 사망 원인으로 일산화탄소 중독을 의심했다. 가디언은 "지역 가스 공급업체가 산타페 카운티 보안관과 함께 조사에 참여했다"며 "해크먼의 딸 엘리자베스도 유독가스가 사망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자사가 입수한 수색 영장에 따르면 초기 수색에서 가스 누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경찰은 철저한 수색과 조사가 필요할 만큼 의심스럽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과 독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
앞서 이들 부부는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진 해크먼의 시신은 자택 현관 인근의 머드룸(젖거나 더러워진 신발 등을 벗는 공간)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는 회색 트레이닝 바지와 긴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선글라스와 지팡이가 놓여 있었으며 집 문이 열린 상태였던 점으로 미뤄 갑자기 쓰러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부인 아라카와의 시신은 욕실 바닥에서 발견됐다. 그녀가 쓰러질 때 함께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난방기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욕실 옆 부엌 조리대 위에는 처방약들이 흩어져 있었다. 부부가 함께 기르던 반려견도 아카라와로부터 3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외신들은 아라카와의 시신 근처에서 발견된 처방약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외신들이 입수한 수색 영장에는 "아라카와의 시신은 부패가 진행돼 얼굴이 부어 있었으며 손발에서는 미라화가 진행 중이었다"며 "해크먼 역시 비슷한 사망 징후를 보였다"라고 적시돼 있다고 한다.
미라화는 사망 후 탈수로 인해 신체 조직이 단단하게 굳고 부피가 줄어드는 현상이다. 수사기관은 이를 근거로 부부가 사망한 지 상당 시간이 지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사람의 시신에는 외상의 흔적이 없었으며 유서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1991년 결혼한 두 사람은 해크먼이 배우 활동에서 은퇴한 2004년부터 뉴멕시코에서 거주해 왔다.
해크먼은 액션, 범죄, 스릴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며 80편이 넘는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해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슈퍼맨' 시리즈, '포세이돈 어드벤처', '노웨이 아웃', '미시시피 버닝', '크림슨 타이드',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로열 타넨바움' 등이 있다. '프렌치 커넥션'(1971)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용서받지 못한 자'(1992)로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