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깊은 절망에 빠진다. 흔히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킨슨병은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질환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점점 악화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좌절할 필요는 없는 병이다. 파킨슨병은 손 떨림, 보행 장애, 우울증, 변비, 수면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하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힘든 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러한 개별 증상들을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병이다.
한때 신경과의 '명의'로 이름을 날렸던 신경과 전문의 박춘근 교수는 CBS 경제연구실 채널의 '의사결정' 유튜브에 출연해
"파킨슨병을 불치병이라고 단정 짓고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라며,
"적극적인 치료와 긍정적인 태도를 통해 충분히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완치보다는 증상 치료에 노력을 기울여야
파킨슨병 환자가 가장 힘든 점은 나타나는 증상들이 다양하다는 것이고 매우 불편하고 힘든 증상들이라는 것이다. 흔히 알려진 손 떨림이나 보행 장애 외에도 변비, 우울증, 수면 장애, 근육 변형 등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박 교수는 본인의 사례를 예로 들며 "파킨슨병이 확진되기 6년 전부터 변비가 심했고, 이것은 변비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를 찾아가 치료했다"고 설명했다. 또 파킨슨으로 찾아온 우울증 역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 약을 복용하면서 통해 극복했다. 그리고 "목과 어깨 근육의 경직으로 인해 자세가 기울어지는 증상도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크게 호전됐다"라고 전하며,
"병 자체보다도 개별 증상과 싸우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파킨슨병 약은 꾸준한 복용이 필수적
신경과 전문의 박춘근 교수.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다른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파킨슨병 역시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약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약을 중간에 끊거나 빼먹는 경우가 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파킨슨병 약은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개념이라는 생각보다, 환자가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약을 거르면 몸에 힘이 빠지고,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워진다"고 설명하며 꾸준한 복용을 주문했다. 대표적인 치료제인 '엘도파(L-Dopa)'는 효과가 뛰어나지만, 부작용으로 디스키네지아(이상운동증)라는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한 경우에는 약물 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치료를 병행해서 해결할 수 있다. 약물의 부작용이 두려워 복용을 소홀히 하기보다는, 전문의와 상담하며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술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는 재활치료
파킨슨병 환자들은 치료법을 고민할 때 종종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박 교수는 "수술적 치료인 DBS(뇌심부자극술)는 특정한 경우에만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무조건적인 기대는 금물이라고 설명했다. DBS는 손 떨림 증상이 심한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성공률도 50%를 넘기 어려운 편이다. 이에 비해 재활치료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지속적인 치료를 하게 되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처음에는 수술을 고민했지만, 좀 더 부담이 적은 재활 치료를 먼저 선택했다"며 "3개월이 지나자 주변 사람들이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라고 말하기 시작했고, 6개월이 지나자 거의 겉보기가 정상인과 비슷하게 회복됐다"고 밝혔다. 그는 "재활치료와 물리치료만으로도 상당한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리하게 수술을 선택하기보다는 먼저 재활 치료를 충분히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긍정적인 태도가 가장 중요한 치료법
신경과 전문의 박춘근 교수.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파킨슨병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절망감과 우울감을 느끼기 쉽다. 하지만 박 교수는 "병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증상을 조절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킨슨병 환자들은 병과 공존하는 법을 익히고, 병이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운동, 재활 치료, 사회 활동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병에 걸리고 나서 처음에는 절망했지만, 책을 집필하고 강연을 하면서 오히려 명의로 활동할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만의 소일거리를 찾는 것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