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에서 총격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오며 주먹을 머리 위로 쥐어 보이고 있다. 이 사진은 2021년 퓰리처상을 받은 에번 부치 AP통신 기자가 촬영했다. 연합뉴스지난해 미국 대선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치켜든 모습을 찍은 AP통신 사진기자가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출입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의 에번 부치 수석 사진기자는 27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럼프) 행정부가 AP 스타일북에 따른 다툼 때문에 자신의 백악관 취재를 금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이 잘 풀려 역사를 기록하는 내 일로 돌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부치는 지난해 7월 13일 대선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단상에서 내려오던 모습을 촬영한 기자다. 해당 사진의 중앙엔 미국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고 그 앞에 트럼프가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치켜드는 모습이 담겼다.
부치의 사진이 송고된 이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던 트럼프의 '스트롱맨' 이미지가 더욱 강조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공화당 지지층은 빠른 속도로 결집했다.
2003년부터 20년 넘게 AP에서 일한 47세의 부치 기자는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미국 전역으로 번진 시위 현장을 취재한 사진으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은 베테랑 사진기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달 20일 멕시코만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민간 기업은 물론 언론 등에도 변경된 명칭을 적용하라고 강요했다. AP통신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미국 내에서만 효력이 있는 데다 400년 이상 통용된 멕시코만이라는 표현이 독자들에게도 친숙하다며 이 같은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AP통신의 백악관 집무실과 대통령 전용기 취재 권한을 박탈했다. 이를 두고 현재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이다. 백악관에 재입성한 트럼프는 "어떤 기자에게 취재 권한이 주어질지 우리가 정하겠다"며 비판적인 주요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는 등 '언론 탄압'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