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제공광주시가 17억 규모의 설계비를 들여 '영산강 익사이팅존'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했지만 상당수 심사위원이 광주전남을 연고로 하면서 무늬만 국제공모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4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13일 '영산강 익사이팅존' 조성사업 국제 설계공모 시행공고를 내고 9명의 심사위원을 발표했다.
이 중 7명은 심사위원 선정을 담당한 설계공모 운영위원회에서 광주시 종합건설본부의 설계 계획, 시공, 구조 분야 전문가 인력단을 제공받아 무작위 선발했다.
조경과 전시 등 2개 분야는 심사위원 공개모집을 진행해 각각 1명씩 총 2명을 선발했다.
그러나 무작위 선발된 7명 중 4명이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고 조경 부문도 광주의 전문가가 뽑히면서 지역성이 짙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광주시는 자체적으로 '광주광역시 설계공모 운영기준'을 마련해 심사위원 선정과정과 운영 등을 관리하고 있다. 해당 기준에는 심사위원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전체 심사위원 중 광주 외 지역에서 40% 이상을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운영지침은 전체 인력단의 20%밖에 되지 않는 광주 전문가를 따로 선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또 관외에서도 전남, 충북, 경북, 전북의 전문가가 투입돼 수도권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광주시는 국토교통부의 건축설계 공모 운영지침에 기반한 '광주광역시 설계공모 운영기준'을 토대로 심사위원 선정과정과 운영 등을 관리하고 있다. 해당 기준에는 심사위원의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전체 심사위원 중 광주 외 지역에서 40% 이상을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타 지역 심사위원단이 전남, 충북, 경북, 전북에서 선발돼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전문가가 없었다.
실제로 심사위원 구성을 본 한 수도권의 건축사무소 업체는 공모작 제출을 포기하기도 했다.
수도권 건축업체 한 관계자는 "국제공모를 하려면 전국구의 심사위원이나 해외에서 온 분들이 심사를 하는 규모는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여긴 거의 대부분이 지역건축사나 지역교수님이 심사를 하더라"며 "지역 내 협회나 학회 등 여러가지가 작용해 그 지역 건축사가 당선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지역공모로 냈어야 할 심사"라며 "국제공모라면 심사위원의 지역비율을 똑같이 맞추는 노력이 필요해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광주시는 심사위원 공개모집 당시 국문 모집글과 지원서만 마련하고 영문으로는 제공하지 않았다. 광주시 종합건설본부의 전문가 인력단에도 국내 건축사만 포함되어 있어 해외 전문가의 선발은 불가능하다.
심사위원의 전문 분야 분배도 운영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광주광역시 설계공모 운영기준에 따르면 발주부서는 추정 설계비가 10억 원 이상 규모인 경우 전문가 인력단에서 건축계획과 설계분야 7명, 구조분야 1명, 시공분야 1명으로 총 9명의 전문가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것을 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축계획과 설계 분야 전문가가 심사위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심사위원 구성단은 조경과 전시 전문가를 포함하더라도 전체 인원 중 건축계획과 설계분야 전문가가 단 2명밖에 배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심사위원 구성이 공모 참여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광주시가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해외 또는 수도권의 유명 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초빙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한다.
건축사는 "국제현상 공모인데도 이처럼 적은 수가 지원한 것은 실패한 사업이라고 보인다"며 "대다수 심사위원의 활동 주무대가 광주전남이다보니 지역 공모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북도 대구도 밀접하게 연결된 지역 아니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광주시가 발표한 이번 공모 당선결과의 1등부터 3등은 광주 소재 건축사와 협업한 곳이다.
전문가들은 심사위원 구성 자체가 지역에 몰리면서 국제공모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해외 참여율을 저조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십수년간 국제설계공모 기획을 담당한 한 건축사는 "국내에는 국제공모와 관련된 심사위원 선발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국토부 지침 또는 UIA 규정에 근거해 진행하는 현실"이라면서 "이번 광주시 국제공모의 심사위원 구성은 해외 참가자들의 참가 의욕을 떨어뜨려 자연스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가 숨겨져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만약 광주시가 국내 심사위원들로만 구성을 한다면 수도권의 유명 전문가를 초빙하는 노력이라도 필요해 보인다"며 "발주처 입장에서 해외 심사위원을 초빙하면 소통이나 업무가 어려워지기에 관행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광주시는 조경과 전시분야는 인력단이 없어 지원자를 받았고, 공정한 선발을 위해 무작위로 뽑았을 뿐 구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해외 전문가 심사위원 초빙에는 비용이 크게 발생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서울이나 수도권 국제공모에 비해 시간과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자격 요건을 충족한 국내 심사위원만 선발할 수 밖에 없었다. 공모 참여를 위해서는 해외 홍보를 위한 영문 게시글을 함께 올렸다"고 답변했다.
이번 국제공모와 비슷한 규모로 예정 설계비를 책정한 지난 2020년 광주시의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국제설계공모는 국내외 저명한 건축가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해 큰 대조를 보인다.
해당 공모 심사위원으로는 세계건축가연맹(UIA) 회장인 토마스 보니에르와 세계적인 도서관 국제설계공모 당선으로 유명한 스노헤타 건축사무소의 로버트 그린우드 등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7명을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당시 공모에는 61개국 512개팀이 응모하고 이 가운데 33개국 134개 팀이 작품을 접수하는 등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공모 당선작으로는 세르비아 건축가 브라니슬라프 레딕(ARCVS, Serbia)의 작품이 선정됐다.
15억원의 설계비를 책정한 인천 송도 도서관 국제설계공모도 심사에는 미국과 덴마크, 노르웨이의 국제 건축전문가를 비롯해 지역과 수도권 전문가들이 심사에 참가했다.
이에 국내 132팀과 해외 397팀이 관심을 보였고, 44개국 242개 작품이 단독 혹은 공동으로 제출되는 등 국내외 건축가들의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