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최근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습니다.
어린 자녀를 두고 뇌사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며 장기기증으로 생명나눔을 실천하는 가장들의 사연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데요.
마지막 순간까지 나눔을 실천한 이들의 유자녀가 자긍심을 갖고 선한 길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의 손길이 모아진 겁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5년, 33살의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고 홍윤길씨.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상견례를 닷새 앞두고 있던 아들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내야 했던 가족들의 슬픔과 충격은 너무나 컸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던 아들의 선한 삶을 돌아보며 가족들은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윤길씨는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습니다.
[홍우기 집사 / 우리광염교회, 고 홍윤길씨 아버지]
"우리 아들은 정말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부모를 정말 성심을 다해서 공경하고 그러는 아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지나가다 불쌍한 사람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런 성격이었어요. 여러 가지 기부도 하고, 헌혈도 하고, (봉사)하면서…"
고 홍윤길씨의 사진들. 아버지 홍우기 집사는 "아들이 떠난 뒤 좌절하기보다는 아들의 숭고한 생명나눔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며 "장기기증에 관한 책을 쓰겠다는 마지막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우기 집사는 '윤길 아빠'라는 이름으로 유가족 홍보단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숭고한 생명나눔의 가치를 우리 사회에 전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최근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도너패밀리 장학금'을 통해 장기기증인 유자녀 지원에 나섰습니다.
장기기증인의 유자녀들이 생명나눔의 자긍심을 품고 경제적 부담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학비를 지원하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뇌사 장기기증인 3천 2뱅 여명 중 40~50대가 48%에 달할 정도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어린 자녀를 둔 가장들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교회와 단체, 개인 후원자들이 손길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올해부턴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도 동참해 의미를 더했습니다.
[홍우기 집사 / 우리광염교회, 고 홍윤길씨 아버지]
"(장기기증인 유자녀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학업을 열심히 하고, 아르바이트 열심히 하고, 이렇게 생활해 나가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아들을 생각하면 우리 아들이 못다 이룬 꿈을 이 학생들을 통해서 대신 또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절대 여러분들 용기를 잃지 말고,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로 성장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17명의 제6회 D.F(도너패밀리) 장학생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2020년부터 'D.F장학회'를 출범해 기증인의 유자녀들이꿈과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학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올해 도너패밀리 장학생으로는 대학생 14명, 고등학생 2명, 중학생 1명 등 총 17명이 선발됐습니다.
저마다 IT개발자, 간호사, 건축가, 요리사 등 다양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장기기증인 유자녀들은 "도너패밀리 장학금은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 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나가는 데 큰 힘과 위로, 용기를 준다"며 "생명나눔의 정신을 본받아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범희 / 제6회 도너패밀리 장학생]
"먼저 경제적으로 정말 큰 도움이 됐고, 장기기증의 숭고한 가치를 제 마음에 다시 한 번 새겨볼 수 있었고, 그 숭고한 나눔을 실천하신 저희 아버지가 너무 자랑스러웠고 뿌듯했습니다. 같은 아픔을 아시기에 그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은 그분들의 마음이 정말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생명나눔의 자긍심을 간직한 유자녀들이 훌륭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뇌사 장기기증인의 숭고한 사랑을 기리고 유자녀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이정우] [영상편집 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