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지난달 일도, 구직도 하지 않고 그냥 쉰 29세 이하 청년이 50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고용 지표가 악화하는 가운데, '기업 등용문'으로 꼽힌 신입 정기공채가 줄고 경력·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고용동향'에서 실업자도 취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1657만 5천 명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은 매달 고용동향을 집계할 때 주부나 학생, 노인 등 비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지난 한 주간 무슨 활동을 했는지 묻는데, 주로 육아나 가사, 재학이나 수강, 심신장애, 연로 등의 항목이 있다.
비경제활동인구의 활동상태 질문 항목. 통계청 '2025년 2월 고용동향' 중 캡처그런데 유독 29세 이하 청년 사이에서는 아무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응답이 두드러진다. 29세 이하의 '쉬었음' 응답자는 지난해 5월, 전달보다 1만 3천 명 늘어 39만 8천 명을 기록한 뒤 무려 열 달 연속 증가했는데, 지난달엔 급기야 50만 4천 명까지 는 것이다.
29세 이하의 '쉬었음' 응답자 수는 2023년 2월 49만 7천 명을 기록한 적 있지만, 50만 명을 넘은 건 2003년 1월 집계 작성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취업자와 실업자를 분류한 경제활동인구 통계에서도 20대 고용률이 유독 저조하다.
지난달 전체(15~64세) 고용률은 68.9%로 1년 전보다 0.2%p 상승했지만, 29세 이하 청년 고용률은 1.7%p 뒷걸음질 쳐 44.3%에 그쳤다. 실업률도 전체 평균은 3.2%로 전년과 동일했지만, 청년 실업률만 0.5% 상승한 7%로 전체 평균을 두 배 이상 웃돈다.
청년 고용지표가 악화한 가운데, 구직도 하지 않고 쉬어 버린 20대가 증가한 배경으로는 신입 정기공채가 줄고 경력직 수시 채용이 증가하는 현상이 꼽힌다. 신입 정기 공채 기회는 드물게 열리다 보니, 그때만 '반짝' 준비할 뿐 마땅히 구직활동에 전념할 수도 없게 된 것이다.
20대 고용이 많은 건설업 취업자가 지난달 8.1% 줄고, 제조업 고용도 1.7% 감소한 요인도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최근 청년 고용률 자체가 마이너스로 좋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비경제활동인구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비경제활동인구가 늘면서 '쉬었음'도 같이 늘어나는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에 채용 관행이 변화한 부분도 영향을 줬을 거라고 보고 있다"며 "과거에는 정기 채용을 많이 하는 추세였다고 하면 최근 들어서는 수시 채용을 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쭉 지속적으로 취업 준비 상태에 있는 경우보다, 필요한 경우 취업 준비 상태에 있다가 또 '쉬었음'으로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들어 추세적으로는 취업 준비는 줄고 '쉬었음'은 늘어나는 패턴이 청년층 안에서 보였다"면서 "그 외에도 경력직을 선호하다 보니 지금 전체적으로 청년층의 고용률이 떨어지고 있는 모습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년들의 최종학교 졸업 후 첫 취업 소요기간이 늘고 있다. 통계청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 중 캡처통계청이 지난해 5월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종학교 졸업자 중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는 45.6%로 전년동월대비 0.3%p 상승했다. 첫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도 3개월 미만이 47.7%로 전년동월대비 1.2%p 하락한 반면, 3년 이상은 9.7%로 1.3p 상승해 늘어나는 추세다.
첫 일자리가 임금근로자인 경우 첫 취업 평균 소요기간은 고졸이하가 1년 5.6개월, 대졸이상은 8.3개월로, 전년동월대비 고졸이하는 2.8개월, 대졸이상은 0.1개월 각각 늘어 고졸자와 대졸자 모두 첫 취업까지 소요기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취업자의 주된 활동은 직업교육·취업시험 준비(37.8%), 그냥 시간보냄(24.7%) 순으로 높았는데, 그냥 시간을 보낸 이유로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고 통계청은 전했다.
한국은행 BOK이슈노트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2025년 2월) 중 캡처기업들의 채용 관행 변화는 뚜렷하며,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월 발표한 BOK이슈노트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고용정보원 조사를 종합, "신입직 채용 비중은 2009년 82.7%에서 2021년 62.4%까지 떨어진 반면, 같은 시기 경력직 비중은 17.3%에서 37.6%로 늘었다"고 짚었다.
채용시장의 가장 큰 변화를 묻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서는 2023년과 2024년 모두 '경력직 선호도 강화(53.4% 및 56.8%)'가 1위, '수시 채용 증가(47.8% 및 42.2%)'가 2위를 차지했다. 향후 채용 방향을 묻는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도 경력직을 위주로 뽑겠다는 응답이 70.8%인 반면 신입직 위주로 뽑겠다는 응답이 25.7%였고, 채용 방식도 수시가 81.6%에 달한 반면 공채는 14.0%에 불과했다.
한은은 채용 관행 변화와 관련해 "근로자 측면에서는 평생직장 개념이 약화되고 기업 측면에서는 필요로 하는 능력이 고도화 됨에 따라 나타난 현상으로 추정된다"면서도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들의 고용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청년층이 노동시장의 변화에 적응하고 나아가 이를 경력 개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산합협력 프로그램과 체험형 인턴 등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 제공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와 안정성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해 상대적으로 진입이 용이한 중소기업에서도 경력 개발을 시작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