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구 아나운서. KBS 제공KBS1 간판 프로그램 '6시 내고향'을 진행하는 아나운서 윤인구가 사측의 MC 교체 강행을 두고 "무식하고 한심한 발상"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윤인구는 14일 사내에 공유한 '결국 교체의 목표는 윤인구였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5년마다 똑같은 이슈가 공교롭게 되풀이되고 있다. 정권의 수명과 기간이 겹치는 건 우연의 일치이며 혼자만의 의심일까"라면서 "KBS 아나운서로 재직하는 지난 29년 동안 이런 일들이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고 불합리한 교체 대상자의 경험을 여러 차례 한 당사자로서 더 이상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후배들에게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앞서 KBS 사측은 진행 경력 5년 이상인 '아침마당' 'TV쇼 진품명품' '6시 내 고향' MC 교체를 통보했다. 그러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아침마당' MC는 교체되지 않았고, 'TV쇼 진품명품'은 새 MC를 추가했다. 다만 '6시 내고향' MC는 이달 말 교체하겠다고 해당 제작진에 통보됐다.
윤인구는 이날 "교양다큐센터장은 5년 이상 된 진행자를 바꾼다는 명분 뒤에 어떤 다른 의도가 있는지 명백히 밝히기 바란다"며 "인사권을 앞세워 칼로 무 베듯 쳐내는 것은 그런 오더를 주는 자 앞에선 납작 엎드리고 정작 보호해야 할 대상에게 군림하는 비열한 짓"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회사 재정을 위해 수차례 고액 협찬 유치를 하고 철저한 자기 관리로 암 투병 중에도, 지난 코로나 기간에도 빠짐없이 생방송을 지켰던 것은 차치하고라도 시청률, 시청자들의 평가, 진행자의 프로그램에 임하는 태도 그리고 제작진의 의견 등 다면적인 평가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얼굴만 젊게 바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은 지금 KBS가 처한 위기도, 시청자에 대한 배려도, 프로그램의 경쟁력도 고려치 않은 무식하고 한심한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윤인구는 "현재 무노조이다. 보수 성향 노조도 가입했었고 아나운서협회장직을 맡으며 진보 노조도 가입해 양쪽을 아우르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렇게 편을 가르는 당신들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윤인구'는 시시각각 진보로, 보수로 둔갑해 있다. 2025년에도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여전히 벌어진다는 건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프로그램에서 내려올 순 있어도 소신을 물리진 않는다. 지나고 보니 참 다행스러운 건 모함하고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했던 사람들은 얼마 가지 않아 그 자리에 더 이상 있지 못했다"며 "진심은, 성심은, 열심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진리를 믿는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6시 내 고향' 제작진도 성명을 통해 "부당하고 무책임하며 목적 또한 불분명한 MC 교체 시도 즉각 중단을 요구한다"며 "MC 교체의 진의가 무엇이었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책임 있게 답변하고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 리더십의 유체이탈적 태도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