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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민감국가' 지정도 몰랐던 '둔감국가'의 현실[워싱턴 현장]

조태열 "민감 국가로 확정된 게 아니다" 발언
며칠 뒤 미 에너지부 "지난 1월초 목록 등재"
결국 당국은 두달 넘게 사태 파악도 못한 셈
부랴부랴 '목록 제외' 위해 미측과 협의 나서
가뜩이나 '리더십 부재' 상황에 부담만 가중

연합뉴스연합뉴스
미국이 한국을 '민감 국가'로 지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조태열 외교부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 출석해 "미국 에너지부에 문의를 했는데 그쪽에 정확한 경위 파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직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아직 '민감 국가'로 확정된 게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동맹인 한국이 미국에 의해 '민감 국가'로 분류됐다는 것도 초유의 일이지만,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내각을 꾸렸지만 각 부처의 실무진까지 모두 세팅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들리던 차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민감 국가'라는 용어도 생소했지만,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당국자도 딱히 없어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 정가에서는 '핵무장론'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미 정부가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제기되는 등 여러 뒷말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다 베일에 싸여있던 '민감 국가'가 실체를 드러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 장관의 국회 발언 며칠 후 미 에너지부의 공식 확인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정부간 소통 채널이 아닌 한국 언론의 질의에 대해 미 에너지부가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따르면 조 장관의 국회 답변은 말 그대로 '엉터리'였던 셈이다. 
 
미 에너지부의 설명 요지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닌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막판인 지난 1월 초에 한국을 '민감 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에 추가했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이 목록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은 아니고, 현재 한국과의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12·3 내란 사태'로 기인한 '리더십 공백' 상태인 한국에서는 또다시 '민감 국가'가 정쟁의 불쏘시개로 적극 활용됐다. 
 
답변하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답변하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부랴부랴 외교부는 17일(한국시간)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CL)'에 포함시킨 것은 외교정책상의 문제가 아니라 보안 관련 문제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약 1~2년 전 미 에너지부와 계약한 직원이 한국으로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의 직원이 수출통제 대상에 해당하는 정보를 소지한 채 한국행 항공기에 탑승하려다 적발돼 해고됐다.
 
해당 반기보고서 대상 기간을 감안할 때, 해당 사건은 2023년 10월 1일부터 2024년 3월 31일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외교부의 뒤늦은 사태 파악과 이 사건이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면죄부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민감 국가'로 분류되면 원자력·인공지능(AI) 등 미국 첨단기술 분야와의 교류·협력이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미 에너지부 내규의 세밀한 부분까지 인지하고 있어야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결국 국익과 직결되고 사안을 파악하지 못한 채 두 달 넘게 사실상 손 놓고 있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안덕근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번 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을 찾아 한국을 해당 목록에서 빼줄 것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가뜩이나 '상호 관세'와 방위비 재협상 가능성 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한국이 난데없는 '민감 국가'라는 혹까지 붙이고 협상장에 나가는 형국이 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과거 '민감 국가' 목록에 올랐다가 협의를 통해 빠졌던 사례가 있는 만큼, 오는 4월 15일 발효 이전에 제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로선 이번 조치는 바이든 정부가 한 것이라고 한발 뺄 수도 있어 보인다. 누구 말마따마 "당신들은 쥐고 있는 카드가 없다"고 하면, 이에 내놓을 답변이 딱히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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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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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GLE가가멜52025-03-20 12:16:55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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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업자득이다.
    하지만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현 정권 최초 교육부 장관 박순에는 논문 관련 비위가 발각됐어도
    만취음주운전으로 전과가 있었다해도 전국 모든 학생들과 교사들의 귀감인 교육부 장관에 임명했다.
    문다혜와 박순애를 비교하면 정치검찰의 잣대는 쉽게 수긍하기가 어렵다.
    문다혜는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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