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트로이온스당 3천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한 국제 금 가격이 추가 상승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13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3천달러 고지에 오른 이후 17일 3026.2달러로 신고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2047달러에서 본격 상승한 금 가격은 1년 사이 50%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20.7%)과 코스피(7%) 등 주식시장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금 수요도 눈에 띄게 늘었다.
14일 기준 금 통장을 취급하는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3개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9534억원으로 집계됐다. 금 투자가 지난해 3월 말 5660억원에서 70%나 증가한 것이다.
금 가격 상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가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경제 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동성 확대가 안전자산인 금 선호 현상을 강화한 셈이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2008년 이전까지 금 보유량을 전년 대비 줄이는 경향을 보였지만, 2008년 이후 1~2% 이상 꾸준히 늘려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2년부터 3년 연속 주요 중앙은행은 매년 1천톤 이상 금을 매수했다.
연합뉴스이는 미국의 유동성 확대와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동성, 즉 시장에 많이 풀린 달러 가치가 하락했고, 그에 따라 금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조태나 연구원은 "달러는 기축 통화로써 신뢰를 기반으로 가치가 유지된다. 달러에 대한 신뢰가 약화할 때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금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면서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경기 부양을 위해 달러를 대량 풀면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이어 "달러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자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서서히 하락했다"면서 "환율 변동에 대한 영향도 있으나,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준비 자산을 다변화하는 흐름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이 같은 분위기에 미국도 뛰어들었다. 미국의 금 수입은 1분기 GDP(국내총생산) 전망치를 왜곡시킬 정도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2024년 한 달 평균 9억 9천만달러 규모의 금을 수입했지만, 지난해 12월 103억달러로 10배 늘어난 데 이어 지난 1월 304억달러로 30배나 급증했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금 수입액이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1월 0.8%였지만 1월에는 9.6% 수준까지 급증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애틀랜타 연준의 1분기 GDP 추정치는 전년 대비 연 –2.4%이지만 1월 금 수입 급증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주장이 제기된다"면서 "1분기 GDP 성장률을 끌어내린 순수출의 성장기여도에서 금 수입 영향을 제외하면 1분기 GDP 성장률이 –2.4%가 아니라 –0.4% 수준으로 대폭 상향 조정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전 세계의 금 수요는 당분간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증권 오재영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안전자산 수요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현재 미국의 견조한 경기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수준이 4%대에서 하락하지 않고 있으나, 이런 우려가 낮춰지고 금리 인하 사이클이 재개되면 금 ETF(상장지수펀드)로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