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명태균 씨의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사건이 창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검찰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명씨와 오 시장 주변 인물들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한 만큼 오 시장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는 참고인 소환 조사 등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소환이나 직접 조사가 이뤄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도 수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달 17일 명씨 관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된 후 한 달 동안 오 시장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오 시장 의혹의 핵심은 측근인 재력가 김한정씨가 명씨 측에 전달한 3300만원의 성격이다. 명씨가 오 시장에게 전달한 여론조사의 비용을 김씨가 대납한 것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명태균 씨. 류영주 기자검찰은 이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명씨를 5차례나 불러 오 시장과의 만남 여부 및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과 관련해 자세한 경위를 파악했다. 지난달 27~28일, 지난 6~7일에 이어 지난 11일까지 3차례에 걸쳐 명씨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을 함께 불러 대질조사 형식으로 오 시장 관련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고 한다. 특히 마지막 대질조사에서 검찰은 오 시장 관련 '물증'을 제시하며, 이에 대한 명씨와 김 전 의원의 진술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검찰은 김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씨와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오 시장과 명씨가 몇 차례 만났는지 등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명씨와 강씨, 김 전 소장 등의 진술을 토대로 오 시장 주변 인물들을 줄줄이 소환했다. 특히 명씨 측에 돈을 송금한 재력가 김씨는 지난달 27일과 지난 14일, 지난 17일 등 무려 세 차례나 불러 명씨에게 거액을 송금한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지난달 25일 김씨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또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박찬구 정무특보, 김병민 정무부시장, 이창근 전 대변인 등 오 시장의 최측근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여론조사 비용 대납은커녕 명씨를 만난 적도 없다는 오 시장 주장과 명씨 측 주장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였다.
황진환 기자
검찰이 명씨와 오 시장 측근들에 대한 조사를 상당 부분 마친 만큼 조만간 오 시장을 직접 소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오 시장은 지난 11일 "(검찰이) 불러주면 언제든 응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은 "명씨와 일당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는지 밝히는 것은 검찰 수사밖에 없다"는 입장도 전했다.
반면 공천개입 의혹에 휩싸인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는 상대적으로 더딘 모양새다. 검찰은 지난 14일 해당 의혹과 관련해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한 차례 조사를 진행했다. 김 의원은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경북도당 위원장으로, 당시 공천 상황을 자세히 아는 관계자 중 한 명이다. 이밖에 핵심 참고인의 소환 조사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진 이후,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이란 분석이 있다.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불소추 특권이 적용돼 조사가 어렵지만,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직접 조사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수사 역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 시장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과 유사하게 홍 시장은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당시 자신의 최측근을 통해 명씨 측에 최소 8차례 이상 불법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해당 비용은 타인에게 대납하게 한 의혹을 받고 있다. 홍 시장 관련 사건은 대구지검으로 이송됐는데, 검찰은 오 시장 사건 수사를 우선 마무리한 뒤 홍 시장 의혹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3일 탄핵 기각으로 98일 만에 직무에 복귀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명태균 게이트 수사지휘 방향에 대해 "어떤 사건이든지 수사팀과 잘 협의해서 모든 최종 결정은 검사장인 제가 책임진다는 자세로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