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황진환 기자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구속 기로에 섰다. 김 차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21일 법원에 출석하면서 "지시가 아니라 법률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 것 뿐"이라며 각종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윤 대통령의 불법 지시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서부지법은 오전 10시 30분부터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호처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지난 1월 3일 진행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 직원과 군인을 동원해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지시에 반대한 경호처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고, 비화폰 서버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차장은 이날 오전 10시 3분쯤 남색 정장 차림으로 법원 정문 앞에 도착했다. 김 차장은 대통령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게 윤 대통령의 지시였는지 묻는 질문에 "어떤 지시가 아니라 법률에 따라 저희 임무를 수행한 것 뿐"이라고 했다.
김 차장은 또 "사전에 영장 제시나 고지 없이 무단으로 (대통령 관저) 정문을 침입했다. 저희는 당연히 막아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체포영장 집행이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한 셈이다.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 시점(1월 3일) 이전에 대통령의 저지 지시가 없었음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제가 대통령과 문자를 주고 받은 시점은 1월 7일"이라며 "(대통령은) 국가 원수의 안전만 생각하라는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1차 체포 저지 이후이자 2차 체포영장 집행 시점(1월 15일) 이전에 받은 메시지 내용이다.
김 차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의 지시임을 언급하며 대통령실 비화폰(보안폰) 서버 기록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비화폰은 보안 업무 규정과 정보통신 업무 규정에 의해 분실, 개봉되거나 제3자의 손에 들어갔을 경우 번호를 교체하거나 보안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며 "저희는 규정에 따라 (비화폰에 대한) 보안 조치를 강구한 것뿐이고 삭제 지시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 명령에 불응한 경호처 직원에 대한 해임 결정에 대해선 "해임된 직원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반대해서가 아니라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와 미팅을 갖고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것"이라고 김 차장은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체포된 직후 김건희 여사가 경호처 직원에게 "총 갖고 다니면 뭐 하느냐. 그런 거 막으라고 가지고 다니는 건데"라는 취지의 질책성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김 차장 본인의 구속영장 신청서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대통령 측에서 이미 말씀드린 것 같다"고 밝혔다.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검찰이 항고를 포기하면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의왕=황진환 기자김 차장이 7분 가량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이어가는 동안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근처에서 "대통령경호처 무죄", "김성훈 파이팅" 등을 연호했다. 이날 오전 9시 53분쯤엔 이 본부장이 법원 청사 정문 앞에 도착해 취재진을 만났다. 이 본부장은 혐의 인정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김 차장은 네 번째, 이 본부장은 세 번째 경찰의 신청 끝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이들이 구속될 경우 경찰 특수단의 내란 수사에도 큰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번번이 경호처의 거부로 실패했던 비화폰 서버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화폰 서버는 내란 당시 윤 대통령과 주요 관계자들의 통화기록 등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대해 수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김 차장의 방해로 실패했다.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을 때 불승낙사유서의 명의자가 김 차장이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은 이미 비화폰 서버 등 주요 자료에 대해서 증거보전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또 경찰 특수단 관계자는 "(삭제된 내용도) 포렌식으로 복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호처의 비상계엄 사전 인지 의혹 수사도 이들이 구속되면 본격화 될 수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본부장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인 12월 3일 오후 8시 20분쯤,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에 '계엄 선포', '계엄령', '국회 해산' 등을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약 2시간 전에 계엄 관련 내용을 검색한 것으로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드러난 것인데, 이 본부장 측은 포렌식 과정에서 시간 오차가 발생한 것이라며 검색 시점은 계엄 선포 후라고 의혹에 선을 긋고 있다.